▲공룡의 등뼈처럼 우람하게 내리 뻗은 공룡능선
최오균
공룡의 등뼈처럼 웅장한 공룡능선, 내외설악을 연결하는 마등령, 귀때기 청봉, 화채봉, 대승령, 나한봉, 장군봉, 칠성봉…. 이 웅장한 산자락 앞에서는 인간의 존재는 한 없이 작아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강하고 오만한 사람일지라도 이 거대한 산줄기 앞에 서면 겸손해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험준한 영봉을 고대 승려들이 이렇다 할 등산장비도 없이 오르내릴 수 있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종교적인 의지와 고행 정신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들은 고산준령을 오르내리는 고행으로 자신을 버리고 겸손을 익히는 수행을 했던 것이다. 정말로 산이 좋아 산을 오른 사람들이다.
인증샷 자리 쟁탈전 벌어지는 대청봉그러나 지금 대청봉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해발 1708m 대청봉'이란 정상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치열한 자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사람들은 설악산 정상 표지석 앞에서 한 번도 아니고 수차례 사진을 찍는다. 독사진, 단체사진, 친한 친구와 함께 그리고 다시 독사진….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서 인증 샷은 단 한 번만으로 했으면 좋겠는데, 좀 더 멋진 인증 샷을 찍기 위해 수차례 찍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10여 명이 속한 단체가 표지석을 점유하면 10~20분 넘게 비켜주지 않고 수십 컷의 사진을 찍는다.
어떤 사람들은 표지석을 서로 먼저 차지하기 위해 싸움까지 벌이기도 했다. 이들을 어찌 산을 좋아하는 어진 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바로 옆에 '요산요수'(樂山樂水)라 적힌 표지석이 무색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