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분당 서현동 주민들이 출근버스를 타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김동환
"이게 되도 않는 소리지 뭐냐고. 여기서 타는 사람은 탈 수라도 있지. 이 뒤에 있는 정류장 사람들은 아예 버스를 못 타는거여."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동아우성아파트 앞 버스정류장. 좌석이 없다는 이유로 1005-1번 버스를 몇 대 놓친 홍상선(66)씨는 소감을 묻자 분통을 터트렸다.
"정부가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던 그는 버스가 도착하자 대화를 중단하고 버스를 향해 뛰었다. 팔짱을 끼고 굳은 얼굴로 버스정보 안내 전광판과 도로를 번갈아 보던 시민들도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올 때마다 적극적으로 '자리싸움'을 벌였다.
정부는 이날부터 자동차전용도로를 지나는 수도권 직행버스의 고속도로 입석 운행을 금지키로 했다. 입석 손님을 태운 버스가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날 경우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처지만 출근길이 막힌 시민들은 불만을 털어놨다.
"기다린 지 30분... 지금 그냥 지나간 버스만 4대 째"도로교통법 67조에 따르면 고속도로 등 자동차전용도로를 지나는 좌석버스 탑승객들은 반드시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한다. 입석은 불법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부족을 이유로 불법 입석승차를 눈감아줘왔다. 그러나 지난 4월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사회 전반에서 안전 불감증에 대한 지적이 일자 돌연 이 문제를 원칙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런 이유로 이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들은 입석 손님을 거의 태우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탑승객들은 "평소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2배 이상 늘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분당 서현동에서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정희철(32)씨는 "버스가 와서 가보면 자리가 다 찼다면서 그냥 떠나버린다"면서 "평소에는 5분 정도 기다렸는데 오늘은 10분이 넘도록 버스를 못 탔다"고 말했다.
'버스 탑승 난이도'는 서울쪽과 가까운 정류장일수록 높았다. 대부분의 버스가 만차 상태로 도착하기 때문. 서현역 AK프라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김하나(28)씨는 "기다린지 30분이 다 되어가고 지금 그냥 지나간 버스만 4대 째"라면서 "금방은 버스 좌석이 내 바로 앞에서 끊겼는데 반대편으로 건너가서 노선을 '역주행' 한 다음에 버스를 타야하나 싶다"고 털어놨다.
목적지가 어디냐에 따라서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개 지자체가 출근길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62개 노선에 총 222대의 버스를 투입했지만 노선별로 '빈부 격차'가 심했기 때문.
분당구를 경유하는 버스 중 광화문을 가는 9401번의 경우 차량 추가투입과 운행간격 조정 등으로 평소보다 버스 11대를 늘린 효과를 냈다. 그러나 사당, 강남역 등으로 가는 버스는 평소와 동일한 조건으로 운행됐다.
용인에서 버스로 출퇴근하는 최윤경(30)씨는 "용인에서 분당 서현동을 지나 강남으로 가는 버스들은 서현 지나기도 전에 좌석이 다 찼다"면서 "출근은 그렇다치는데 퇴근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 이대로 계속 못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