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버스, 30분 기다려도 못 타... 정류장 '역주행' 할 판"

[현장] 수도권 직행버스 입석운행 금지 첫날... "대기시간 2배 늘었다"

등록 2014.07.16 11:41수정 2014.07.1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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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분당 서현동 주민들이 출근버스를 타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16일 분당 서현동 주민들이 출근버스를 타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김동환

"이게 되도 않는 소리지 뭐냐고. 여기서 타는 사람은 탈 수라도 있지. 이 뒤에 있는 정류장 사람들은 아예 버스를 못 타는거여."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동아우성아파트 앞 버스정류장. 좌석이 없다는 이유로 1005-1번 버스를 몇 대 놓친 홍상선(66)씨는 소감을 묻자 분통을 터트렸다.

"정부가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던 그는 버스가 도착하자 대화를 중단하고 버스를 향해 뛰었다. 팔짱을 끼고 굳은 얼굴로 버스정보 안내 전광판과 도로를 번갈아 보던 시민들도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올 때마다 적극적으로 '자리싸움'을 벌였다.

정부는 이날부터 자동차전용도로를 지나는 수도권 직행버스의 고속도로 입석 운행을 금지키로 했다. 입석 손님을 태운 버스가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날 경우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처지만 출근길이 막힌 시민들은 불만을 털어놨다. 

"기다린 지 30분... 지금 그냥 지나간 버스만 4대 째"

도로교통법 67조에 따르면 고속도로 등 자동차전용도로를 지나는 좌석버스 탑승객들은 반드시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한다. 입석은 불법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부족을 이유로 불법 입석승차를 눈감아줘왔다. 그러나 지난 4월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사회 전반에서 안전 불감증에 대한 지적이 일자 돌연 이 문제를 원칙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런 이유로 이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들은 입석 손님을 거의 태우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탑승객들은 "평소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2배 이상 늘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분당 서현동에서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정희철(32)씨는 "버스가 와서 가보면 자리가 다 찼다면서 그냥 떠나버린다"면서 "평소에는 5분 정도 기다렸는데 오늘은 10분이 넘도록 버스를 못 탔다"고 말했다.


'버스 탑승 난이도'는 서울쪽과 가까운 정류장일수록 높았다. 대부분의 버스가 만차 상태로 도착하기 때문. 서현역 AK프라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김하나(28)씨는 "기다린지 30분이 다 되어가고 지금 그냥 지나간 버스만 4대 째"라면서 "금방은 버스 좌석이 내 바로 앞에서 끊겼는데 반대편으로 건너가서 노선을 '역주행' 한 다음에 버스를 타야하나 싶다"고 털어놨다.

목적지가 어디냐에 따라서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개 지자체가 출근길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62개 노선에 총 222대의 버스를 투입했지만 노선별로 '빈부 격차'가 심했기 때문.

분당구를 경유하는 버스 중 광화문을 가는 9401번의 경우 차량 추가투입과 운행간격 조정 등으로 평소보다 버스 11대를 늘린 효과를 냈다. 그러나 사당, 강남역 등으로 가는 버스는 평소와 동일한 조건으로 운행됐다.

용인에서 버스로 출퇴근하는 최윤경(30)씨는 "용인에서 분당 서현동을 지나 강남으로 가는 버스들은 서현 지나기도 전에 좌석이 다 찼다"면서 "출근은 그렇다치는데 퇴근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 이대로 계속 못 간다"

 한 승객이 버스에 탑승하려다가 좌석이 다 찼다는 이유로 탑승을 거부당하고 있다.
한 승객이 버스에 탑승하려다가 좌석이 다 찼다는 이유로 탑승을 거부당하고 있다.김동환

이 지역의 탑승 정체는 출근 혼잡시간인 오전 8시 10분을 넘겨서도 지속됐다. 기자는 서울행 9401번을 타고 오전 8시 19분께 서현역 AK프라자 정류장을 지났다. 여전히 버스를 기다리는 인파가 줄지 않은 상태였다.

일부 승객은 조마조마한 얼굴로 정차한 버스에 올랐다가 "자리가 없다"는 운전기사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버스에서 내리기도 했다. 버스에 빈 자리가 몇 개인지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탑승객이나 운전기사에게 알려주는 장치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하던 한 버스업체 관계자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면서 "운행간격 조정으로 증차효과를 내고는 있지만 이대로는 계속 못 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실질적인 투입 대수를 늘려야 하고 버스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정부는 16일부터 한 달 동안 유예기간을 가지며 종합적인 보완책을 모색한 후 8월 중순부터는 입석 운행을 단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인 버스 증차부터 여러모로 쉽지 않은 문제로 지목된다. 버스 노선이 지나가는 지자체들의 이해관계와도 얽혀있는 부분이기 때문. 당장 분당 지역을 지나가는 버스 대수를 늘릴 경우 서울시의 출퇴근시간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

한편 정책 부작용을 예상한 일부 지자체 시의원들은 이날 버스정류장에 직접 나와 버스 운행간격 등을 기록하고 시민들의 반응을 듣기도 했다. 이기인 새누리당 성남시의원은 "증차와 배차간격 줄이기로는 해결이 안 되는 문제라는 것을 현장에서 느꼈다"면서 "버스 총량제 완화나 2층 버스 도입 등 새로운 방안을 많이 모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부 #서현동 #분당 #직행버스 #광역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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