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로 선출된 김무성 의원이 당기를 받아들고 있다.
남소연
사실 황우여 대표 체제의 과거 새누리당은 존재감 없이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역할만 해 왔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고유 기능조차 잊어버린 듯 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황우여 전 대표는 청와대를 대할 때만큼은 원내대표 시절,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키던 패기와 강단을 전혀 보여 주지 못했다.
그런 제스처가 박근혜 정부에 도움이 됐는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꼭 그렇지도 못했다. 오죽하면 집권 2년차를 보내고 있는 현 정부가 벌써 레임덕에 들어섰다는 소리까지 나오겠는가. 여의도연구원 조사 결과 새누리당이 '대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정당'으로 꼽힌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만일 7.30 재보선마저 패하게 된다면 현 정부와 새누리당은 총체적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마주한 새누리당은 스스로 무한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청와대 하청정당 되지 않게...할 말은 하는 여당 대표 되길서청원 의원은 일전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대해 "대권에 뜻을 둔 사람이 대표가 되면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레임덕을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친 적이 있다. 서 의원의 이런 발언은 올바른 진단이 아니다. 새누리당이 진정 우려해야 할 일은, 대권 주자가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당이 자생력을 상실하고 청와대의 '하청 정당'으로 전락해 버린 현 상황이다.
집권 여당은 기본적으로 정부에 협조를 하면서도, 절대 견제 기능을 잃으면 안 된다. 실정에 대해선 옐로카드를 들면서, 과감히 할 말은 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정부를 진정한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고, 재집권에 기여할 수 있는 확실한 방편이다. 정부와 완전한 하나가 되어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시키고, 상대를 쓰러뜨리겠다는 사생결단 하나로 정치를 행한다면, 결코 국민들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김무성 대표의 새누리당은 청와대만 바라봤던 시선을 거두고, 이제 국민을 봐야 한다. 입법부의 본래 역할을 잊지 말고 제대로 된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대통령을 지켜달라" 읍소하며 '박근혜 마케팅'에 의존한 지난 지방선거를 겨우 치룬 지금. 이전 선거야 어떻게든 위기를 넘겼다고 자평하지만 앞으로의 홀로서기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당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선거 때마다'박근혜 마케팅'을 반복하며 읍소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 과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일단 김 대표 역시 금품 관련 유죄판결 전력이 있는 등 구태정치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고, 지금은 각을 세우고 있지만 한때 친박계 좌장 역할도 했다는 점도 다른 이유로 제기된다.
하지만 그는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쥐었다. 당장 2016년 총선에도 공천권이라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강단 있는 모습으로 당을 혁신해 나가야 한다. 만일 이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내지 못한다면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에서 김 대표의 이름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