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입전면 개방' 기습발표에 삭발 항의18일 오전 정부가 관세화를 통한 쌀 수입 전면개방을 발표한 가운데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지키기 범국민운동본부, 전국농민회총연맹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우성
"박근혜 대통령은 식량 주권을 팔았다. 이제 농업 문제, 먹을거리 문제에서 제2의, 제3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거다."
농민들은 그 자리에 가만있지 않았다. 쌀을 관세화해 수입을 전면 허용하겠다는 정부 발표를 '한국 농업호' 침몰 신호로 받아들인 것이다.
정부 쌀 관세화 선언 맞서 김영호 전농 의장 등 삭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을 비롯한 농민단체 대표들은 18일 오전 정부 발표가 진행 중인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 땀 흘려 농사지은 쌀을 흩뿌린 뒤 삭발 투쟁에 나섰다. 곧 김영호 전농 의장과 전현찬 가톨릭농민회 회장, 강자복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최상은 전농 부의장 등 네 사람의 검은 머리카락이 흰 쌀알 위에 흩날렸다.
정부는 이날 오전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내년 1월부터 쌀을 관세화해 누구든 외국 쌀을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 전농은 이를 '세월호 참사'에 이은 '식량 참사'로 규정했다.
김영호 전농 의장은 "우리의 쌀독을 미국과 중국, 곡물 메이저 기업에게 맡기고 제대로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면서 "이런 가운데 관세로 막아낼 수 있다는 건 천둥번개가 치고 소나기가 몰아치는데 비닐우산으로 비를 막겠다는 것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전농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처음에는 높은 관세로 수입쌀 진입을 막아낼 수 있지만 관세 감축과 철폐 압력을 벗어날 수 없다"면서 "WTO(국제무역기구)에 정부안을 제출하는 9월 이전에 우리 협상 전술을 밝힐 이유가 없는데 협상 전에 관세화를 선언하는 것은 맹수 앞에 몸을 맡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전농은 쌀 관세화와 쌀 시장 전면 개방 반대 투쟁을 선언하고, 오는 8, 9월 대규모 농민 투쟁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