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평리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도로에 천막을 치고 컨테이너의 반입을 막고 있다.
조정훈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에서 송전탑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대구, 밀양 등지에서 온 시민들이 경찰과 한전 직원들과 대치중인 가운데 낮 12시 30분쯤 2명의 연행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현장에 모인 송전탑 반대 대책위 시민들은 한전 직원이 사진을 찍으며 채증을 하자 이를 중지할 것을 요구하면서 대치했다.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던 시민들과 한전 직원들이 몸싸움을 벌였고 경찰은 이들을 말리면서 저항하던 2명을 연행했다.
연행된 사람은 공공운수노조 청도버스분회 임기효 분회장과 통합진보당 경북도당 이동현 미디어국장이다. 이로써 이날 연행된 시민은 마을주민 2명을 비롯해 모두 9명에 이른다.
이날 공사와 관련해 한전과 경찰이 주민들을 속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마을주민 빈기수씨는 '한전과 경찰이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 연락을 해주겠다고 했다"며 "주민들이 안심하고 있는 사이에 기습적으로 공사를 강행했다"고 비난했다.
오후 1시 20분부터 한전과 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도 열렸다. 서창호 '대구민중과함께' 집행위원장 사회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송전탑공사 중단과 연행자 석방을 요구했다.
김헌주 삼평리송전탑반대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우리는 재판을 통해 합법적으로 공사의 부당함을 알리려 했다"며 "하지만 주민들의 소박한 바람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고 비통해했다. 김 위원장은 "경찰과 한전도 법률과 절차를 무시하고 전쟁을 벌이듯이 공사를 강행했다"며 "불법 공사를 목숨 걸고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인 이차연 할머니는 "한전은 우리더러 공사를 방해한다며 하루에 20만 원씩 내라고 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달 주는 20만 원을 하루에 다 쓰게 생겼다"고 비난했다. 이 할머니는 "우리더러 공사방해라고 하는데 아무리 늙어도 국민으로서의 권리가 있다"며 "우리의 권리를 외면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계삼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은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 이야기만 나와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놀란다"면서 "청도의 기습적인 공사재개에 아연실색했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어 "밀양의 송전선로와 고리 3,4호기가 완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삼평리 현장에는 곳곳에서 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부산정의평화위원회 이동화 신부와 에수성심전교수녀회 수녀 등 30여 명도 밀양에 농활을 왔다가 삼평리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이동화 신부는 "밀양의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일을 하지 못해 농작물 피해를 당한다는 소식을 듣고 농활을 갔었다"면서 "삼평리 소식을 듣고 급하게 달려오게 됐다"말했다.
한편 이곳 송전탑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대립하는 마을 주민들은 국책사업이고 어차피 할 일이라면 마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해야 한다는 뜻을 한전에 전달하고 공사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권 이장을 비롯한 마을복지회관 건립추진위원들은 마을을 떠난 고향 인사들이 귀향하고 잘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복지시설이 필요하다는 뜻을 한전에 전달하고 복지회관 건립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박재권 이장과 4명의 위원들은 이날 오후 2시 30분쯤 마을회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들도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지만 마을의 발전을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무모한 반대가 아니라 실리를 찾자는 것이다. 마을의 미래를 위해 복지회관을 제대로 만들면 어르신들이 잘 사는 마을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3신: 21일 낮 12시 28분]주민과 시민단체 관계자 80여 명, 경찰과 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