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맥도날드입니다매장 안 크루 휴게실에 붙어 있는 표어
알바노조
최소한의 법 준수를 예상했던 맥도날드는 오히려 법을 너무나 정확하게 지키려 해서 문제였다. 바로 '지문인식기' 때문이었다. 맥도날드는 아르바이트(아래 크루)들이 출근하게 되면 지문인식기를 통해 '출근했음'을 '기록'한다. 이미 한번 돈을 떼였던 경험 때문인지, 나는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가 일한 만큼 제대로 받겠구나. 출근과 퇴근시간이 이렇게 정확하게 기록되다니!' 허나 일하면서 이런 생각은 너무도 순진한 것이었음을 바로 알게 되었다. 고되기로 유명한 곳이 바로 패스트푸드 아르바이트다. 그래서 맥도날드에서는 이런 말도 나돈단다.
'아르바이트 처음 온 사람을 주의 깊게 관찰하라, 휴식시간에 밥 먹는다고 하곤 도망간다.'
생각보다 고된 노동에 '같은 시급이면 이런 일 안 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고된 노동에, 일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높은 강도의 노동을 강요하면서도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등 대부분의 패스트푸드 기업은 5210원(2014년 기준)의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나는 햄버거를 만드는 그릴(주방)에서 일하는 크루이다. 요즘같이 찌는 더위에 시원한 매장과 달리 그릴은 에어컨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 찜통이다. 게다가 고기 굽는 기계에서 나오는 열기는 오히려 온도를 높인다.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그릴에서 일하는 크루는 정말 적다. 3명이서 해야 할 일을 2명 혹은 1명이서 한다(그릴에서 일하는 크루 숫자는 매장마다 다를 수도 있다).
이쯤 되면 햄버거가 늦게 나가는 것보다 마음 아픈 일이 생긴다. 당장 그릴에서 누군가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면 남아서 일하는 크루의 노동 강도는 두말 할 것 없이 높아진다. 이 뻔히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선뜻 휴식시간을 갖기가 어렵다. 휴식시간을 보내러 간다고 지문인식기에 찍고는 다시 그릴로 향한다. 쉬지 않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돕다가 잠깐 짬이 난 사이, 재빠르게 휴식에서 복귀했다는 지문을 찍는다. 한참 일하고 있는데 매니저가 내게 다가왔다. 그가 대뜸 하는 말은 이러했다.
"복귀, 너무 일찍 찍지 마. 1분이라도 덜 쉬었다고 찍으면 네가 그만큼 초과근무했다고 해도 임금이 책정될 수는 없으니까." 분 단위 임금 책정이 낳은 대기업의 '꼼수'그 이유를 물으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맥도날드는 분 단위로 잘라서 임금이 책정된다. 때문에 몇 분이라도 일을 더 하면 단 몇 원이라도 임금이 더 들어가게 되어 있다. 4시간 일한 노동자에게는 법적으로 30분의 휴게시간이 주어지는데, 법적으로 정해진 '30분'이 아닌 '29분'을 쉰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있다는 것은 '법을 어기게 되는 셈'이라는 거다.
그러므로 법을 어기지 않기 위해 29분을 30분으로 고친다. 기계를 '리셋'하는 것이다. 매니저 말에 따르면, 웃기게도 몇 분을 더 초과해서 일했다고 해도 그 시간은 기록되지 않는다. '리셋'했기 때문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힘들 것을 걱정해서 정작 1분도 쉬지 못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