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우도 금강사는 절집 같지 않아서 좋습니다. 하지만 많은 보물이 있습니다.
임현철
18년 전, 아내는 나그네의 청혼을 받아주는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로 '새벽 예불 구경'을 내걸었습니다. 전혀 예상 못한 기상천외한 제안이었습니다. 호기롭게 '까짓꺼 그거 못하겠냐'싶어 "좋다"고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경북 청도 운문사로 향했습니다. 운문사의 새벽, 앳된 비구니들의 예불소리는 웅장함을 넘어 자비였습니다. 이후, 새벽 예불은 마음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똑똑똑똑~ 또르르르~~'지난 7월 말 제주도 우도 금강사. 덕해 스님께서 대웅전 앞에 섰습니다. 목탁소리가 새벽을 갈랐습니다. 청아했습니다. 목탁소리엔 일정한 음률(音律)과 시어(詩語)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선지, 나그네를 깨우는 신비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나그네는 공(空)이 되어갔습니다.
덕해 스님께서 목탁을 두드리며 걷습니다. 동시에 염불이 나옵니다. 목탁과 어울린 염불소리는 절묘한 조화로 세상에 울려 퍼졌습니다. 스님의 부드러우며 절제된 발걸음은 춤사위처럼 사뿐했습니다. 이에 반했는지, 한 처자가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그녀는 합장한 채 스님을 뒤따랐습니다. 숨죽여 지켜봤습니다. 지난해 여름의 행복이었지요. 아내는 이런 행복을 어찌 알았을까?
"마하반야~ 바라~ 밀다심경~"절집의 새벽 예불은 보통 새벽 3시30분 혹은 새벽 4시에 시작됩니다. 순서는 도량석, 종성, 종치며 염불, 법고, 운판, 목어, 범종, 작은 종(운집새), 법당 예불 순입니다. 절집 규모와 도량 크기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납니다. 이 과정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삶의 또 다른 재미지요.
잠이 부족한 학승들에게 고통이었을 '목탁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