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원들과 간담회 갖는 28사단 장병들국회 국방위원회 황진하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윤아무개 일병 집단구타 사망사건 현장조사를 위해 지난 5일 경기도 연천 28사단 977포병대대 의무 내무반을 방문, 현장조사 후 장병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 고등학생이 얼마나 힘든데, 바로 군대 가는 게 좋겠어요? 능력 되면 안 가면 좋죠."자정 넘어 돌아온 고3 수험생 큰아들에게 작은아들의 말을 전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내가 아이들을 잘못 키웠나 싶기도 하다.
내가 아이들 나이 때에는 '군대'라고 하면 가슴 저 아래서부터 뭔가 올라오는, 벅찬 느낌 같은 게 있었다. 당시 우리에겐 대한민국이 소중했고, 지금 누리고 사는 자유에 빚진 것 같아 여군이 되려고도 했다(안타깝게 3차에서 떨어졌다). 내게는 나라와 애국에 대한 당당한 신념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그 신념이 변하고 있다. 그래도 아들들의 말에 아무런 말도 못하는 엄마이고 싶지는 않았다.
"찰싹!"나는 작은아들 방에 들어가 자고 있는 녀석의 엉덩이를 세게 때렸다.
"이 녀석이 해보지도 않고 미리 겁부터 집어 먹고….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났으면 군대라도 가서 나라에 이바지할 생각을 해야지…. 뭐라? 군대 가기 싫어서 공고에 가?"자다가 갑자기 웬 날벼락이냐며 당황해 일어난 작은아들을 뒤로하고 다시 큰아들 방에 갔다.
"군대 안 가는 게 능력이라고 누가 그래? 당연히 가야할 곳 안 가는 게 부끄러운 거지. 어째서 능력이야?"두 아들은 갑작스러운 나의 '버럭'에 무슨 억지냐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빤히 바라봤다.
윤 일병,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까그런데 이렇게 '버럭'을 해놓고 뒤돌아선 나도 내가 믿고 있는 게 진실인지, 아들들에게 '군대에 가라'고 말하는 게 옳은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아들들이 다시 근거를 들어 '당연히 가는 게 억울한 것'이라고 한다면 나 또한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 같았다.
군대 내에서 발생한 사건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아들만 둘인 내 마음은 철렁 내려앉는다. 나라를 지키러 간 군대에서 본래 임무가 아닌 일로 안타깝게 생명이 사라진 것 아닌가.
육군 28사단 윤 일병 사건을 보면서, 윤 일병이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지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난다. 고통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진 채 싸늘하게 돌아온 아들의 주검 앞에 윤 일병 부모의 원통함은 말해 무엇할까.
생각만으로도 울컥하는 맘을 움켜잡는다. 나라에 대해, 애국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신념이 옳길 바란다. 또 아들들에게 한 말들이 진실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안타깝게 생을 달리한 윤 일병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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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때문에 공고 간다는 아들... 할 말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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