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 기증하고 받은 감사장. 쓰레기가 될 뻔한 내 머리카락은 이제 소아암 환아를 위해 예쁜 가발로 재탄생하겠지.
박윤정
머리카락 '잔해'를 털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미용사가 쥐어준 내 머리카락은 몹시 뻣뻣하고 거칠고 길었다. 내 머리카락이지만 살짝 징그러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 순간. 이 머리카락이 환아들을 위해 예쁜 가발로 만들어질 것이란 생각이 왠지 뿌듯했다.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가 향한 곳은 우체국이었다.
우체국에 도착해 머리카락을 곱게 포장한 후 택배로 부쳤다. 노란 우편봉투에 넣어 부치려고 했는데 부피가 작아 소포들 틈에서 분실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가장 작은 택배 상자에 머리카락을 넣고 이름·연락처·주소를 적었다. 수하물을 받아든 우체국 직원이 '내용물이 뭐냐'고 물었다.
"머리카락이오."직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굳이 물어보지 않았지만, 내가 왜 모발을 택배로 보내는지 직원에게 설명했다. 내 스스로가 기특해 어깨가 으쓱해지려는 걸 꾹 참았다. 택배를 보내고 1주일이 지나자 한국소아암백혈병협회로부터 문자가 '띠링'하며 도착했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입니다. 수호천사님! 보내주신 모발은 협회에 잘 접수되었으며, 감사장 출력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소아암 환아들에게 다양한 관심 부탁드리며 후원활동에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그렇게 더위와 싸워가며 기른 내 머리카락은 또다른 누군가의 희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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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기른 머리카락 '싹뚝'... 그 아이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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