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지역 교회 희생자 대책위 박인환 목사
이영광
100일이 넘도록 지지부진했던 세월호 특별법이 지난 7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합의로 오는 13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야 합의안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이 반발하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 일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합의한 특별법은 겉으로 보기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한 발씩 양보해 합의해 이룬 듯 보이지만, 사실상 새누리당의 안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게 유가족들의 주장이다. 세월호 침사가 일어난 지 어느덧 4개월이 되어 가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명확한 진상규명이 아닌 세월호 국면 타개를 목표로 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감리교본부에서 '안산지역 교회 희생자 대책위' 감리교 대책위원인 안산 화정교회 박인환 목사를 만났고, 특별법 합의안에 대해서는 7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안산 화정교회는 희생자인 유예은양이 출석했던 교회기도하다.
다음은 안산 화정교회 박인환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 오늘(6일)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13일이 됐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보내셨나요. "제가 살아온 날들 중 4월 16일부터 오늘까지의 시간이 증발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지난 2년 동안 매일 아침 동료 목사님들과 오전 7시부터 1시간 반 동안 탁구를 쳤습니다. 4월 16일 아침 탁구를 끝내고 같이 아침을 먹고 집에 돌아와 씻다가 세월호가 가라앉는다는 보도를 접하곤 그 다음날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탁구장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특별법과 관련하여 유가족들에 대한 왜곡된 여론을 시정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열심히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서명을 받았습니다. 오늘까지 제가 이리저리 모은 서명자 수가 7000명쯤 됩니다. 더 이상 무언가 속 시원히 할 수 있는 것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고 참담한 마음입니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하자는 심정으로 요즘은 우리교회 성도들과 함께 릴레이 단식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소문만 믿고 이상한 눈으로 유족 보는 사람들 있어" - 화정교회가 안산 단원구에 있잖아요. 현재 안산 지역 분위기는 어떻습니까?"제가 받는 느낌으로는 안산시민들의 말수가 줄어든 것 같습니다. 도시가 잿빛으로 바뀌었다고 말해야 할까요? 그런데 같은 안산에 살면서도 세월호와 관련한 왜곡된 소문을 믿고 유족들을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안산기독교연합회를 주축으로 안산지역 교회들은 지금까지 안산분향소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계속되어 온 대형교회목사들의 망언, 세월호 서명에 소극적이거나 심지어 반대하는 교회의 행태 등 때문에 유가족들의 좌절감이 큽니다.
한 편에서는 상처받은 이들을 열심히 돌보려고 하고 한 편에서는 상처 난 이들의 상처에 소금을 끼얹는 모습이 안산시민들이 보는 한국교회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참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기독교에 대하여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과연 한국교회는 교회 안에서 말로만 사랑하는 교회인가?" 하고 말입니다."
- 경기지역 목회자들은 단식에 나섰지만 한국교회 전반적인 분위기는 다른 종교에 비해 소극적인 것 같은데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한 마디로 예수정신이 죽은 거죠. 바울이 그리스도인을 "죄에 대하여는 죽고 의에 대하여는 산 자"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한국 기독교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다. 얼마 전 한 신학대학 교수가 "이젠 한국교회가 나서야 할 때"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목사님이 "신학대학교수가 왜 선동하냐"고 글을 쓰더군요.
저는 그 글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예수님이 선동가 아니었나?"하는 생각입니다. 우리 교회나 목사들은 좋은 의미에서 선동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희가 외치지 않으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하지 않으셨습니까? 한국기독교가 침묵하고 오히려 유가족들을 폄훼하고 정부, 여당 편을 드는 사이 천주교나 불교는 아파하는 그들에게 오히려 위로를 주고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30년 동안 소위 성장신학이라는 거짓 신학이 한국교회를 지배하다 보니 강단의 메시지 내용이 '싸구려 은총'으로 전락하고 바알리즘과 맘모니즘이 한국교회의 주류가 된 것 같습니다. 크기와 관계없이 그 속에 무엇이 담겨있느냐가 중요한데 전혀 기독교와 무관한 생각들이 교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높은 자' '힘 있는 자'의 편에 가 있게 되는 것이죠. 예수님이 병든 자 가난 한 자, 힘없는 자를 찾아가셨던 것은 그저 예수님이 2000년 전에 그렇게 한 것이고 오늘 교회와는 상관이 없는 것처럼 무의식 중에라도 생각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세월호와 관련하여 망언을 했던 여러 목사들이 거의 다 대형교회 목사라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제 한국교회가 살아나야 합니다. 살아있는 자만이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상식을 벗어난 '엽기적인'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