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을바로세우려는시민모임' 출범'사학을바로세우려는시민모임'의 홍진희 사바모 공동대표(앞 줄 가운데)와 교사들이 12일 서울시의원회관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 하고 있다.
이희훈
"서울시교육청 예산을 받아 학교 시설을 리모델링한 뒤, 학생은 안 받고 돈벌이만 하고 있어요."김남연 서울특수학교학부모대표자협의회장의 목소리는 떨렸다. 김남연 회장이 말한 학교는 사회복지법인 SRC(옛 삼육재활센터)가 설립한 지체장애 특수학교인 새롬학교(옛 삼육재활학교)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새롬학교는 경기도 광주시에 분교를 두고 있다. 광주분교는 서울시교육청 예산으로 지어졌고, 2011년 7월 수해로 큰 피해를 입었을 때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9억 원을 지원받았다.
광주분교는 2012년부터 학생을 받지 않고 있다. 166명이던 학생 수가 올해 70명으로 줄었다. 김남연 회장은 "광주분교 시설의 2/3가 재단 사무실과 노인요양원으로 바뀌었다"면서 "학교 엘리베이터 두 대 중 한 대는 노인요양원 전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체장애학생들의 접근을 막았다"고 밝혔다.
김남연 회장은 "곧 학교를 폐쇄한다고 한다, 새롬학교는 특수교육에는 관심 없고 노인요양원을 운영하면서 돈벌이에 집중하고 있다, 장애아 엄마들이 느끼는 현실은 참담하다"면서 "새롬학교에 돈을 지원하는 서울시교육청은 2007년 이후 감사를 한 적이 없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러한 부조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오후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학을 바로 세우려는 시민 모임'(사바모) 출범식은 사학비리 성토장이었다. 김문수(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홍진희 공동대표를 포함해 100여명이 참석한 출범식에서 사학비리 피해자들이 사학비리 사례를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칠판 지우개 10만개 샀다며 돈 빼돌려"홍기복 충암중학교 교사는 재단의 각종 비리로 인해 열악한 시설이 방치되고 있는 충암학원(충암 유·초·중·고)의 실태를 고발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안전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가장 열악한 학교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바로 충암학원 학생들"이라면서 "교사와 학생들이 학교 시설 개선을 요구했지만, 재단은 묵묵부답"이라고 전했다.
충암학원은 '비리종합세트'로 유명하다. 전교조 충암분회는 1997~2001년 충암중·고등학교 회계 분석을 통해 갖가지 비리를 밝혀냈다. 홍기복 교사는 "화장실 공사를 한다면서 1억5000만 원을 사용했는데, 똥이 내려가지 않을 정도로 부실공사가 이뤄졌고, 칠판지우개를 10만 개 구입했다면서 돈을 빼돌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2011년 서울시교육청 감사 때는 학교 공사비 불법 집행 등 32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4억7000만 원의 회수·보전 조치와 교직원 42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이홍식 이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둘째 딸이 이사장에 올랐다. 이홍식 전 이사장은 여전히 학교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홍기복 교사는 "충암학원이 있는 은평구는 서울에서 낙후된 곳 중에 하나인데 학생들은 낙후된 시설에서 공부한다, 부패사학의 피해자는 결국 학생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학생들은 '이사장이 얼마나 많은 돈을 떼먹느냐'고 말한다, 학생들은 '돈 많이 벌어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되든 내 맘대로 살아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날 사학비리 피해자들은 조승현 서울시교육청 감사관 교체 등 감사업무의 개혁을 요구했다. 이득형 전 서울시교육청 시민감사관은 학교매매사건으로 오명을 뒤집어쓴 진명여고 사례를 언급하면서 "곽노현 교육감 시절 비리사학 경영자의 학교 인수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제대로 된 감사를 하지 않고 이 문제를 덮었다"고 지적했다. 정경영 전 영훈국제중 교감은 "영훈국제중 입시 비리 역시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2010~2012년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을 지낸 송병춘 서울시감사관은 "곽노현 교육감 시절 사학을 바꾸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실패했다"면서 "사학을 바꾸기 위해서는 교육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학법 개정 운동에도 나설 것"사바모는 이날 발기문을 통해 "전임 교육감들로 인해 서울시교육청의 사학비리 척결의지가 약화되자 '교육마피아'로 불리는 비리사학 재단과 부패한 교육청 관료들의 커넥션이 강화됐다"면서 "서울시교육청은 총체적으로 사학비리 척결에 실패해, 그 구성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고 교육청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증폭시켰다"고 강조했다.
사바모는 향후 제보자를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얻어낸 사학비리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감사원, 언론 등과 협력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공동대표는 "사학비리 척결이라는 국민적 여론을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사학법 개정 운동에도 나서겠다"고 전했다.
한민호 서울시교육감 정책보좌관도 조희연 교육감을 대신해 출범식에 참석했다. 그는 "조희연 교육감 취임 40일이 지나는 동안 사학 관련 제보들이 엄청나게 들어왔다, 사학 비리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조희연 교육감은 감사 업무 활성화를 적극 고민하고 있다, 시민운동과 함께 사학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반론보도문] 충암학원, "칠판지우개 10만개 구입 등 비리 의혹" 관련 |
본지는 지난 8월 12일 홈페이지 교육면 "칠판지우개 10만개 샀다며 돈 빼돌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충암중 홍기복 교사의 발언을 인용, 충암학원이 교사와 학생들의 학교시설 개선 요구에는 묵묵부답이나, 칠판지우개를 10만개 구입했다며 돈을 빼돌리는 등 각종 비리를 저질러 왔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충암학원은 "사립학교 관련법에 의해 학교장은 해당 교육청에 학교시설의 개선을 위한 예산을 청구할 뿐 시설개선을 위한 예산편성 및 집행의 권한은 학교법인보다는 교육감에게 있으므로 학교가 시설 개선 요구에 묵묵부답이라는 홍 교사의 주장은 사실무근으로 충암학원 교육환경시설 개선은 교육청의 연도별 계획에 의거 차질 없이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으며, "칠판지우개 10만개 사건은 10여 년 전 교육청 및 감사원 감사 결과 예결산 통계 담당자의 단순 실수로 밝혀졌고, 2011년 교육청 감사로 적발된 30여건의 조치결과도 교직원 복지비용으로 지출된 단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혐의 내지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고 밝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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