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율리오 2세최초의 수염 기른 교황(재위: :1503년~1513년,사진출처 위키미디어 퍼블릭 도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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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까지 교회법으로는 교황의 수염 기르기는 금지돼 있었다. 율리오 2세 역시 즉위 시에는 수염을 기르지 않았었다. 하지만 후에 볼로냐 지방을 교황령으로 탈환하려고 베네치아공화국과 치른 전쟁에서 많은 병사들이 사망하자, 그들을 위한 애도의 표시로 잠시 수염을 길렀다.
율리오 2세의 업적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자신의 지시로 죽어간 병사들에 대해 수백년 지켜온 교회법까지 어겨가면서 수염으로 애도했던 행동은 지금 리더들이 본받아야 할 일이다. 율리오 2세는 애도의 기간이 끝난 뒤 사망하기 전에 자신의 수염을 밀어 다시 교회 전통을 지켰다.
그 뒤로 수염 기른 교황은 없었을까?선례라는 것은 무서운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애송했다는 '눈 덮인 들길 함부로 걷지 마라'라는 시구처럼 누군가 한 번 하는 일은 후대의 하나의 선례가 된다. 219대 교황 클레멘스 7세(재위:1523년~1534년)는 율리오 2세에 이어 수염을 기른 교황이 됐다.
당시 신성로마제국이 부르봉 샤를 3세 등과 손잡고 로마를 점령하여 약탈을 자행하게 되었다. 1527년 있었던 로마약탈로 도시는 폐허가 되다시피 했고 많은 이들이 희생 되었다.
이에 클레멘스 7세는 희생 당한 사람들을 애도하기 위해 유폐기간 동안 교회법을 어기고 수염을 길렀다. 클레멘스 7세는 율리오 2세와 달리 애도 기간이 끝난 후에도 선종할 때까지 수염을 길렀다. 이 때문에 후임 교황들도 뒤를 이어 수염을 길렀고 그 뒤를 이은 교황들(무려 24명)이 242대 인노첸시오 12세 교황(재위:1691년~1700년)때까지 100여 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수염을 계속 기르게 되었다(자료출처: 위키백과 참조).
자료를 찾아 보았지만 그 뒤로 수염 기른 교황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교회법을 가장 잘 수호하고 지켜야 하는 교황이 교회법을 어겨 가며 수염을 기른 이유가 바로 희생자들의 위로와 애도의 표시였다니 놀랄만한 일이다. 율리오 2세는 교회법으로 따지면 법을 어긴 교황이지만 종교적 권위나 계율보다 현실의 고통을 감싸줄 알았던 교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환영하며 간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