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위로하는 교황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영접 나온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세월호 유가족'이라는 통역 신부의 소개를 받은 교황은 "희생자들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한다. 마음이 아프다."며 위로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1일, 국회는 유가족들의 국회 진입을 통제하고 나섰고, 이 과정에서 유가족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는 16일 광화문에서 열릴 천주교 시복식을 앞두고, 광화문에서 농성 중인 유가족들은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강우일 주교가 나서서 "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내쫓고 시복식을 할 수 없다"는 공식 언급을 한 것은, 광화문 농성장에 있는 유가족들의 처지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다.
심지어 13일에는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로 행진하던 유가족 7명을 과잉진압해 이 중 두 명이 실신, 병원으로 후송됐다.
같은 날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야당의 세월호특별법 재협상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된 협상을 "정쟁"으로 규정하고 '민생경제파탄'이라는 실체 없는 위협을 들먹이며 재협상 거부에 무게를 실었다.
대통령과 여당이 소통을 거부하고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다보니, 유가족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진실을 밝히는 데 힘을 실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과 국회가 아닌, 교황에게 이런 기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나 부끄럽고 가슴이 아프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이들 중에는 세월호 참사 이전에 거리에 나와 서명을 받거나 시위에 참여해 본 일이 단 한 번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 일산에 거주하는 조아무개(50, 여) 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세 딸의 엄마이자 독실한 기독교인인 조씨는 삼풍백화점이나 씨랜드 참사 소식에도 교회에서 기도를 하는 것만이 자신의 할 일이라 여겼다. 그랬던 그녀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교회를 벗어나 팽목항으로, 광화문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저에게 그 정도의 충격이라면 전 국민이 똑같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실망스러운 거예요. 참사가 일어난 지 120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이런 상태라는 게. 박근혜 대통령이 울면서 국가개조를 이야기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을 때 그렇게 될 거라 믿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점점 지나고 언론이 통제되는 걸 보면서 지금은 그런 기대가 반반으로 바뀌었죠."안전사회를 향한 '마지막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