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는 왜 고기를 먹어도 좋다고 했을까

육식 금지에 집착하는 것도 붓다 가르침 거스르는 것... 환경과 문화에 따라 육식 허용

등록 2014.08.24 23:24수정 2014.08.2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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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조계종 모 교구 본사 선거를 앞두고 몇 스님들이 숙박시설에서 술과 고기를 먹었다는 뉴스로 시끄러웠던 일이 있었다. 어떻게 불살생을 실천해야 할 스님들이 술은 물론 고기를 먹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회 통념으로 보면 맞는 말이지만 변화하는 현실에서 스님들의 육식 이 과연 정말 문제가 되는지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이 많다.

채식하는 불교, 육식하는 불교 따로 있다


현재 불교 승단에서 채식을 고수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 대만, 홍콩, 한국, 일본 등 이른바 대승불교로 불리는 북방불교권 국가들이다. 이에 반면 소승불교로 불리는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 남방상좌불교권에서는 스님들이 주로 걸식(탁발)과 청식(신자들의 식사 초대)에 의존해 생활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육식이 허용되고 있다. 그 대신 오후에는 식사를 하지 않는 오후 불식을 철저하게 고수하고 있다.

요즘 서구에서 주목받는 티베트 불교도 육식을 허용한다. 척박한 환경 때문에 농사보다는 목축을 주업으로 할 수밖에 없는 티베트의 환경과 문화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2008년 비틀스의 전 멤버이자 채식주의자인 폴 매카트니가 달라이 라마에게 육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달라이라마에게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편지까지 쓴 적이 있는데, 한 마디로 티베트 환경과 문화를 모르고 무식한 짓을 한 것이다.

 티베트 불교의 상징 달라이 라마도 육식을 하고 있다
티베트 불교의 상징 달라이 라마도 육식을 하고 있다flickr

초기 불교 당시에도 육식논쟁이 있었다. 붓다는 탁발을 주업으로 했던 당시 승가 상황에서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신자들이 주는 음식을 고기라고 해서 거부하는 것은 보시자의 생업과 정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좋고 나쁘고, 되고 안되고'라는 분별심을 떠나 어떤 음식을 받더라고 기쁜 마음으로 먹어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다.

음식은 육신을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마음 수양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며, 그 과정 중 신도들이 주는 음식 중 고기를 먹는 것은 살생으로 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원시 기독교의 정립자였던 파울로스(바울)가 "만물이 하느님에게서 왔으므로 그 모든 것은 선합니다(고린도 전서 8장 6절)"라며 "하느님이 내어주신 모든 음식은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습니다"(디모데 전서 4장 4절)라고 한 말과 상통한다.

탁발이 힘든 경우에는 이른바 삼부정육(三不淨肉), 즉 "자기를 위하여 죽인 것을 본 것, 자기를 위하여 죽였다는 말을 들은 것, 자기를 위하여 죽인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것이 아니라면 고기를 먹어도 좋다"고 말했다.


"비구들이여, 자기 자신을 위해 죽인 고기라는 것을 알면서 그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 누구든지 그러한 고기를 먹으면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만일 자기를 위해 죽이는 것을 보지 않았고, 자기를 위해 죽였다는 소리를 듣지 않고, 자기를 위해 고의로 죽였다는 의심이 없다면, 즉 세 가지 점에서 깨끗한 생선과 고기는 먹어도 좋다고 나는 허락한다." - 팔리 율장, 대품(大品, Mah vagga)의 약제편

붓다는 이같은 제반 사항과 인도전통 등을 고려해 당시 육식을 허용했고 오늘날 초기 불교 전통을 이어받고 있는 남방불교에서는 육식을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승불교는 왜 육식을 거부하게 됐을까? 이는 대승불교의 성립시기의 인도 문화와 관련이 있다. 이 시기 인도는 아리안족의 유목 문화 대신 인구가 증가하면서 정착과 경작문화로 바뀌게 된다.


알다시피 농업문화에서 소는 귀중한 동력인 까닭에 쉽게 잡아먹을 수 없는 대상이 됐다. 이때부터 인도에서 소는 '시바신이 타고 다니는' 존재로 인식되면서 숭배의 대상까지 된다. 곧 육식에 대한 인도 문화의 일대전환이 전개됐고 육식보다는 곡류 소비와 채식이 장려되기 시작했다.

환경과 문화에 따라 육식 허용하는 불교도 있어

중국에 들어온 불교는 중앙집권적 수취 체제를 갖춘 왕조 시절 승려들을 비생산적인 집단으로 간주해 대대적인 탄압을 가했기 때문에 스스로 농사를 지어 경제적 자립을 도모했다. 선종을 중심으로 백장 청규스님의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一日不作 一日不食)는 가르침을 이어받아 스스로 농사를 지어 경제적 자립을 도모했다. 즉 '선농일치(禪農一致)'방식으로 절 내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발우'를 이어간 것이다.

탁발이 돌아다니며 신자들이 주는 음식을 무엇이든 먹는 과정 자체에 방점을 찍는다면,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 중국 불교의 발우는 음식을 통해 불교 정신을 살리고자 했다. 수행에 방해 되는 육식과 자극적인 오신채(부추, 대파, 마늘, 양파 등 향이 강한 양념)를 금하는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또한 자연 속에 한 몸이 된다는 취지하에, 최소한의 양념으로 재료 그대로 조리하는 방식으로 사찰음식의 전통을 만들어 나갔다.

 불교의 육식은 문화와 환경에 따라 허용되기도 하고 금지되기도 했다
불교의 육식은 문화와 환경에 따라 허용되기도 하고 금지되기도 했다pixabay

오늘날 급격한 농업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북방불교문화권에서 무조건 육식을 금지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교리 차원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물론 오늘날의 육식은 환경이나 동물 권리 차원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더라도, 무조건 금지해야 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교조주의이고 집착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도법 스님은 생명평화 순례 중 고기가 나오자 "지금은 수행 중이 아니다. 얻어먹는 주제에 음식을 가려먹으면 음식을 주는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이다. 주는 대로 맛있게 먹는다"고 말했다.

붓다는 언제나 극단주의를 배격했다. 그래서 무조건적인 채식주의를 옹호하지 않았다. 육식이든 채식이든 자신의 몸에 맞게 해야 한다. 채식이 이로울 수도 있고, 육식이 이로울 수도 있다. 그리고 신체주기와 상황에 따라 입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레디앙에도 게재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불교 #육식 #채식 #조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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