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 아닌 학생들이 '9시 등교' 결정"

[인터뷰] '경기도내 첫 9시 등교' 의정부여중 이충익 교장

등록 2014.08.25 20:08수정 2014.08.2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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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충익 의정부여중 교장이 20일 오전 의정부여중 정문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충익 의정부여중 교장이 20일 오전 의정부여중 정문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겨레

25일 의정부여중 학생들은 오전 9시에 등교했다. 당초 등교 시간보다 30분 늦춰진 것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9시 등교' 정책을 추진한 이후 경기도 내에서 등교시간을 오전 9시로 늦춘 학교는 의정부여중이 처음이다.

이날 학생들은 "아침을 먹고 왔다"면서 큰 만족감을 보였다. 특히, 자신들이 직접 제안한 정책이 실현되자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9시 등교 정책은 의정부여중 학생들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지난 6월 경기도교육청 정책제안 게시판에 9시 등교 정책을 제안했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를 받아 추진한 것이다.

당시 3학년 6반 오지수양 등은 게시판에 "사춘기가 되면 청소년의 하루 뇌 수면주기는 25.3시간으로 일반성인 24.18시간보다 길어져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로토닌 분비가 시작되는 시점이 한 시간 가량 늦어진다"며 "이런 이유에 따라 등교시간을 오전 9시로 늦춰야한다"고 썼다.

의정부여중의 9시 등교 결정에도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됐다. 의정부 여중은 학생·학부모·교사 의견 수렴과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9시 등교를 최종 결정했다. 조사 결과, 학생의 70.3%, 학부모의 66.5%, 교사의 74.5%가 9시 등교에 찬성했다.

"왜 오전 8시 30분에 등교해서 9시부터 수업 받나"

학생들은 어떻게 9시 등교 정책을 교육감에게 제안했을까. 이충익 의정부여중 교장은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교육감선거에서 가장 영향을 받는 사람이 학생임에도 학생들은 투표를 하지도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정치참여를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이와 같은 제안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충익 교장은 "중학교 3학년 사회과목에 '정책'이라는 단원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6·4 지방선거가 끝났으니 정책제안을 해보자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조항권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바라보는 교육정책'이라는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경기도교육청 정책제안 게시판에 정책 제안 배경과 그 효과까지 쓰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들이 올린 글에 대해 칭찬이 많았다"면서 "그러다보니 이재정 교육감이 학생들이 쓴 정책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겠다고 했고, 그 후 '9시 등교' 정책이 실시됐다"고 전했다.

이충익 교장은 "의정부여중은 9시 등교를 교장이 아닌 학생들과 함께 민주적으로 결정했다"면서 "학생과 교사들이 정책을 결정할 때, 토론과 투표를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의정부여중은 여름방학 전 직원회의에서 2학기 개학과 함께 9시 등교를 할지 말지 전체 구성원의 동의를 받아 결정하기로 했다, 방학 동안 충분히 생각해보자고 한 것"이라면서 "교사들은 교사회의를 통해 토론을 진행했고, 학생들도 반별로 토론을 했다, 9시 등교를 결정하기 위해 학생·교사·학부모 전체를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충익 교장은 학생들이 당초보다 30분 늦은 오전 9시에 등교를 하더라도 하교 시간은 다른 학교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9시 등교의 핵심 중에 하나는 왜 오전 8시 30분에 등교해 오전 9시에 수업을 받느냐는 것이다, 왜 등교시간과 1교시 수업 사이에 빈 시간을 두느냐"면서 "강제로 학생들을 일찍 불러놓고 수업을 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이겨레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기자입니다.
#9시 등교 #의정부여중 #최초제안 #이충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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