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촌 기념비3개의 높은 기둥과 8개의 작은 기둥으로 구성된 신한촌 기념비. 아파트 단지 내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박유진
문이 닫혀있는 날도 있다는 말을 듣고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열려 있었다. 신한촌 기념비는 세 개의 큰 기둥이 솟아있고 주변에 8개의 작은 비석이 둘러싸고 있다. 남한, 북한, 고려인과 뿔뿔이 흩어진 해외동포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미 헌화대에는 국화꽃이 쌓여있었다. 잊지 않고 찾아오는 발길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나도 한 송이를 헌화하고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이런 낯선 땅까지 와서 항일독립운동에 애써주셔서 감사하다고, 내일 한국이라는 고향땅을 밟을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다고 속으로 말했다. 목숨 바쳐가며 선조들이 지켜내셨던 한국을 더 빛내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나도 모르게 뭉클해져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 때, 한 할아버지께서 다가오시더니 손짓으로 옆에 있던 한 컨테이너 박스를 가리켰다. 그 곳은 사무실이었다. 사무실 문을 열자 진동하는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불도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한국말로 된 책들도 어렴풋이 보였다. 할아버지께서 안내한 곳에는 방명록이 있었다. 어떤 분들이 다녀갔나 살펴봤더니 역사를 공부하는 분들이나 단체여행객이 대부분이었다. 실내가 어두워 핸드폰 불빛에 의지하며 나도 짤막한 글을 남겼다.
"어렵게 찾아왔습니다. 조국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밖으로 나왔더니 할아버지께서 기념비 쪽으로 가셔서 뒷면을 가리키셨다. 놓치고 못 볼 뻔했는데 그 곳에도 글이 있었다. 이 기념비는 정부에서 세운 것이 아니었다. 사단법인 해외한민족연구소라는 곳에서 남긴 비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