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하고 멋들어진 바위미(美)를 지닌 사모바위.
김종성
북한산 비봉의 진흥왕 순수비는 신라 진흥왕(재위 540~576년)이 세운 순수척경비(巡狩拓境碑) 가운데 하나로, 한강 유역을 신라 영토로 편입한 뒤 진흥왕이 이 지역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주변 조망이 멋진 명당자리의 비봉(돌기둥 碑, 봉우리 峰)은 정말 진흥왕이 순수비를 세울 만했다.
그래서인지 중턱까지 올라간 나와 달리 비석이 있는 전망 좋은 비봉 꼭대기까지 무서움을 무릎 쓰고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진흥왕 순수비의 원형은 안전한 보존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갖가지 모양의 암릉 위를 걸으며 비봉을 지나면 신기하게 한쪽으로 기운 재미있는 모양의 사모바위가 나타난다. 저 커다란 바위가 오랜 세월 쓰러지지 않고 기우뚱 위태롭게 서 있게 된 자연의 조화가 신비하게만 느껴지는 자태의 바위다. 이 바위는 옛날 남자들의 혼례식 때 머리에 쓰던 사모(私募)처럼 생겨 그런 이름이 붙었다 한다. 북한산은 성곽을 쌓기 이전에 이미 천연의 산성이 아닌가 싶다. 온갖 형상의 암봉과 암벽으로 연결되어 있는 대자연의 성채다.
사모바위에서도 저 멀리 최고봉인 백운대, 만경대(일명 국망봉), 인수봉 등 북한산의 봉우리와 능선이 펼쳐져 장관을 보여준다. 이 대표적인 세 봉우리를 일컬어 북한산은 일제 강점기 이전까지 삼각산(三角山)으로 불렸던 산이었다. 이에 서울시 강북구청은 북한산이 일제 강점기 때 붙여진 이름이라며 삼각산으로 부르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모바위가 자리한 평평한 지대는 비봉능선의 백미로, 주변 풍광까지 좋아 많은 등산객들이 자리를 펴고 앉아 간식을 먹고 담소를 나누며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비봉 능선 길엔 이외에도 바위가 만들어낸 자연돌문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돌문을 통과하면 또 새로운 풍경의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비바람에 의해 기기묘묘하게 형성된 크고 작은 암봉, 암벽, 암석들이 저마다의 특색을 자랑하고 있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