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어 수업 테이블에 둘러앉아
The Johnnie Chair
하지만 여기에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한창 테이블 위에 다른 내용으로 토론이 불타고 있는데 그건 듣지도 않고 내가 관심 있는 부분에만 집중하면 모든 흐름을 끊어버리게 된다. 흐름을 잘 보고 있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질문을 하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들은 내용을 내 문장으로 정리하는 '따라 말하기 질문'이 있다. 아마 지금까지 나온 질문들 중 제일 중요한 질문이 아닐까 싶다. 이 질문을 통해 토론의 흐름 속에 나를 넣어 둘 수 있다. 이 질문은 말 그대로 따라 말하기다. 하지만 앵무새처럼 따라 말하는 게 아니라 내 문장을 써서 말해야 한다.
수학 문제도 어떻게 풀었는지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면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 않는가. 내 문장으로 바꿨을 때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친구 말을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친구가 의견을 냈을 때 그 말을 열심히 듣고 있다가 되물으면 된다. 위의 횡설수설했던 친구의 예시를 다시 봐보면 다음과 같다.
"그러니까 하늘이 하늘색인 이유는 그 하늘색이라는 게 꼭 파랑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음... 해가 질 때는 빨간색이 하늘색일 수도 있는 거고 주황색이 하늘색일 수도 있는 거잖아? 음...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으로 하늘색이 파랑색이라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그러니까 네 말은, 하늘색이라는 단어는 하늘이 가지고 있는 색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거야? 따라서 하늘이 가지고 있는 색은 어떤 때는 빨강이 될 수도, 파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이렇게 되물으며 "내가 들은 것이 맞아, 안 맞아?" 하고 확인하는 질문이 바로 '따라 말하기 질문'이다. 이 질문은 친구가 우왕좌왕하던 의견을 내 문장으로 다시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명확하게 이해가 된다. 직접 친구와 소통하면서 내가 이해했는지 확인을 받을 수도 있다. 동시에 수업 친구들에게 횡설수설했던 내용을 정리해 주는 '똑똑이' 역할도 할 수 있게 된다.
질문에 내 의견이라는 양념을 뿌려라 이렇게 스피킹을 위한 네 종류의 질문들을 알아봤다. 질문은 여러모로 토론 수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질문은 "나도 의견을 말해야 하는데"하는 부담을 덜어준다. 다른 사람들이 한 말을 따라 말해보고 질문함으로써 좀 더 쉽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또 다른 친구들이 한 말을 내 말로 바꿔보는 과정은 말하기 실력을 향상 시킨다.
이쯤 되면 "이렇게 질문만 하면 이게 토론이야 청문회야?"하는 궁금증이 생길 것 같다. 사실 그렇다. 토론은 질문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다. 그럼 언제 내 의견을 말해야 할까? 간단하다. 저 네 가지 질문을 종류별로 하면서 양념 뿌리듯이 내 의견을 첨가해주면 된다.
"지금 우리 이야기의 주제는 이거지? (질문) 근데 내 생각에는 이 부분에 좀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그니까 너 말은 이렇다는 거야?(질문) 내 생각은 이런데(내 의견)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토론 배틀이 아닌 이상, 내 의견만을 주야장천 말하며 내 의견 속에만 빠져 있으면 이전 기사에서 언급했던 '돈 래그(Don Rag)' 때 교수에게 깨지기 십상이다. 토론 수업의 목적은 서로 맞짱을 뜨자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것이다. 듣기 위해서 토론자들이 '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말이다.
내가 이번 기사에서 설명하는 내용은 직접적이고 쉬운 말하기 비법이 아니다. 그런 것을 기대하고 왔다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기사에 쓴 내용들은 내가 정말로 세인트존스 대학에서 토론 수업을 통해 배운 중요한 방법들이다. 이 방법들은 언어의 문제를 떠나서 어떤 문화에서든 적용될 수 있고, 어떤 언어로든 가능한 '소통의 기술'이다.
영어 말하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영어라는 도구를 이용해 나와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며 공감하기도, 반대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진짜 중요한 능력이다.
우리가 영어 말하기를 잘 하고자 하는 이유는 갈라파고스 섬에 가서 말귀도 못 알아듣는 펭귄들에게 유창하게 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따라서 이 질문하기 방법들은 영어 말하기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자세이다. 질문이라는 현명한 방법을 통해 좀 더 쉽게 학생을 영어 토론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니 이 얼마나 좋은 말하기 방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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