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교수
권우성
"할 말만 있으면 싸가지는 문제가 안 됩니다. 진보·개혁이 무슨 도덕재무장 운동도 아니고..."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이른바 '진보 싸가지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진보 싸가지론'은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자신의 저서 <싸가지 없는 진보>에서 주장한 것으로, 진보진영이 싸가지가 없어서 선거에서 참패했다고 보는 의견이다.
진 교수는 2일 자신의 트위터(@unheim)에 강 교수의 책 출간을 알리는 기사의 링크를 걸어두고 "상황을 좀 안이하게 보는 듯, 진보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에 던질 메시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진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진보진영이 참패한 이유는 '싸가지 없음'이 아니라 '메시지 없음'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에게 진보의 의제를 모두 빼앗겼죠, 분배의 측면에선 복지와 경제민주화, 성장의 측면에선 창조경제..."라고 쓴 뒤 "그 좋은 의제들, 선거용 의제로 새누리당에 의해 소모되어 버렸다"고 꼬집었다.
진보정당에게는 "NL이라는 낡은 이념 하나 처리 못하고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이석기 사태 만나 산산조각이 나고...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진보든, 개혁이든 김대중-노무현 이후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능력을 상실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쉽게 말하면 싸가지가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싸가지가 있어도 그 좋은 싸가지로 대중에게 할 말이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진보진영이 집권하려면 "사회를 새롭게 기획하는 능력이 필수"라며 "진보개혁의 싱크탱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기에 싸가지까지 갖춘다면, 특정 계층이나 연령층을 상대하는 데에 효과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뒤, "다만 싸가지 환원론은 비과학적이며, 심지어 보수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진 교수가 트위터에 올린 글 전문이다.
"상황을 좀 안이하게 보는 듯. 진보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에 던질 메시지가 없다는 것. '민주화'는 87년 이후 어느 정도 실현되었기에 대중의 욕망을 사로잡지 못하고, '통일'은 북한의 변화가 없는 이상 개성공단이 할 수 있는 최대치...""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에게 진보의 의제를 모두 빼앗겼죠. 분배의 측면에선 복지와 경제민주화, 성장의 측면에선 창조경제... 그 좋은 의제들, 선거용 의제로 새누리당에 의해 소모되어 버렸죠. 그 사이에 새정연(민주당)에선 내놓은 슬로건은 없고...""진보정당은 낡은 NL이라는 낡은 이념 하나 처리 못하고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이석기 사태 만나 산산조각이 나고...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즉 진보든 개혁이든 김대중-노무현 이후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쉽게 말하면 싸가지가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싸가지가 있어도 그 좋은 싸가지로 대중에게 할 말이 없다는 것. 할 말만 있으면 싸가지는 문제가 안 됩니다. 진보/개혁이 무슨 도덕재무장 운동도 아니고...""아니, 도덕재무장 운동은 나름 중요하죠. 야당 의원들 비리로 들어가면서 진보개혁의 비교우위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니. 아무튼.... 싸가지 소지의무를 강조하는 걸 보니 이 사회가 그 사이에 많이 보수화되긴 한듯.""MB 정권 초기부터 주장하는 건데, 진보개혁의 싱크탱크가 필요합니다. 집권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 바로 사회를 새롭게 기획하는 능력이니까요.""아, 그래도 저는 장기적으론 상황을 낙관합니다. 아무리 과거로 돌아가려 해도 현 체제는 어차피 87년 체제의 연장이거든요. 그 안에는 부침이 있을 수 있죠. 아무튼 이 상황을 타개할 의지와 노력, 그리고 머리가 필요합니다.""물론 거기에 싸가지까지 갖춘다면, 특정 계층이나 연령층을 상대하는 데에 효과적인 측면이 있겠죠. 다만 싸가지 환원론은 비과학적이며, 심지어 보수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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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도덕재무장 운동도 아니고", 싸가지론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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