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 루피, 콩콩이 가 다정히 앉아 있다.
문운주
산등성이를 내려오니 그네가 걸려있다. 콩이와 루피가 나란히 앉아 그네를 탄다.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올랐다간 내려오고 다시 오른다. 천천히 걷기로 했지만 한 곳에서만 놀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며칠을 이곳에서 즐긴다고 해도 싫증은 나지 않을 것 같지만.
숙소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6시, 저녁 식사를 끝내고 인근 수영장을 찾았다. 수영 경험이라고 해야 냇가에서 멱 감는 실력 정도지만 물속에서 물장구치고 노는 아이들을 보니 동심에 빠져들었다 첨벙첨벙 아이들과 같이 뛰어논다. 물속에서 숨을 참고 잠수를 해 봤다. 단, 30초를 견딜 수가 없다. 제주도 해녀들이 물질을 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서라는 말이 새삼 실감 난다.
다음 날 행선지는 섭지코지, 제주도 동쪽 해안에 볼록 튀어나온 섭지코지는 일출봉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해안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언덕 위 평원에 드리워진 녹색의 잔디, 그리고 바위로 둘러쳐진 해안절벽과 우뚝 선 선바위 등은 전형적인 제주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드라마 '올인'의 배경인 성당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닷가 해변의 잔디 위에 성당은 조금은 생뚱맞기도 했다.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끼기도 한다. 콩이와 콩콩이, 루피가 신이 났다. 천방지축 뛰어 다닌다. 선바위를 하얗게 때리는 파도가 등대와 함께 서로 조화를 이룬다.
이곳을 찾은 대부분의 관광객의 중국인이다. 제주도를 중국이 접수했다는 말이 실감난다. 단체로 온 듯 관광차의 안내 표지가 중국어로 표기되어 있다. 곳곳이 패여 물이 고인 웅덩이. 없어져 버린 드라마 속 성당 등의 관리가 소홀한 것이 내 탓인 양 미안하다.
낭떠러지 밑에 떨어지는 하얀 파도 등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점심은 빵과 우유로 간단히 때우기로 했다. 아침 식사를 포식한 탓에 점심 생각들이 없는 모양이다. 여행은 타고 먹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콩이 조차 어른스럽게 동생들과 잘 어울린다. 말끝마다 '언니가 해줄게'를 강조한다.
언제부턴가 가족이 해체되고 있다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한 집안에서 오밀조밀 살면서 생사고락을 같이 하던 때와는 다르다. 사는 방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나만 있고 남은 보이지 않는다. 1980년대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 단칸방에서 살을 부비며 살았다. 다섯 식구가 한 방에서.
그날 저녁, 초등학교 시절 동생과 싸우던 이야기. 이곳저곳 이사 다니면서 친구들이 부러웠던 이야기 등을 나누며 제주도의 밤이 깊어만 갔다. 막내 아들이 들려주는 이방 저 방 쫓겨 다녔던 서러운 사연. 맥주잔 서로 주고받으며 타임머신 타고 멀리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왜일까? 남에게는 잘하면서 제일 가까이 있는 가족에게는 소홀히 하는 것일까. 가족이라는 이유로 당연히 이해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가족여행은 소통, 체험, 추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멀리 집을 떠나 밖에서 하룻밤은 너무나도 당연한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콩이와 콩콩이도 또 다른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며 성장해 갈까. 소중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여행, 우리 가족에게 정신적 힐링의 계기였음이 분명하다. 내가 생각할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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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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