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구구로차를 만드는 사람들

[시코쿠 민속기행 14]

등록 2014.09.06 11:54수정 2014.09.0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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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부터 8월 30일까지 일본 시코쿠 여러 곳을 방문하여 민속과 생활과 관련된 시설이나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려고 합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정리하여 관심 있는 사람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시코쿠는 일본 본토 가운데 아래쪽에 섬을 사이에 두고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코쿠의 크기는 동서 230km 쯤, 남북 180 km 정도입니다. 섬은 동서로 길게 자리 잡고 있는데 아령 모습으로 가운데가 홀쭉합니다. 본토와 시코쿠 사이에는 고베 아와지 사이, 오카야마와 다카마츠시 사이, 히로시마와 이마바리 사이 등 세 곳이 다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 기자말>

     텐구구로차 두 종류입니다. 이 밖에도 두 종류가 더 있습니다.
텐구구로차 두 종류입니다. 이 밖에도 두 종류가 더 있습니다.박현국

8월 29일 오후 시코쿠 서쪽 에히메현(愛媛縣) 사이죠시(四條市) 고마츠초(小松町)를 찾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예로부터 텐구구로차(天狗黑茶)를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텐구구로차는 오래 전부터 시코쿠에서 가장 높은 이시즈치산(石鎚山, 해발 1982 m) 북쪽 기슭 해발 500미터 전후 지역에서 자라는 차나무에서 찻잎을 잘라서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차나무를 심어서 키웠는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처음 차나무를 심기 시작하여 그것이 점점 이곳저것으로 퍼지면서 차나무가 늘어났습니다. 한 번 심은 차나무는 이곳 따뜻하고 다습한 지역에 잘 자랐습니다. 차나무는 이곳에서 잘 자랄 뿐만 아니라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면서 사방으로 펴졌습니다.

차나무는 다른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자라는 곳에 따라서 다른 성질이나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교토나 다른 곳처럼 차나무를 곱게 잘 가꾸어 찻잎이 지닌 순수한 맛을 즐기기에는 너무 바빴습니다.

     마른 찻잎을 봉투에 담는 과정입니다. 봉투에 담기에 앞서 봉투 앞뒤에 이름이나 소개하는 글이 쓰인 딱지를 붙이고, 찻잎을 담아서 무게를 달고, 봉합니다.
마른 찻잎을 봉투에 담는 과정입니다. 봉투에 담기에 앞서 봉투 앞뒤에 이름이나 소개하는 글이 쓰인 딱지를 붙이고, 찻잎을 담아서 무게를 달고, 봉합니다.박현국

이곳 마을 사람들은 집에서 콩을 삶아서 발표시켜 된장을 만들어 먹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된장을 만드는 방법으로 찻잎을 가지 채 잘라서 삶은 뒤 물기를 뺍니다. 이 상태로 일주일 정도 발효를 시킵니다. 그리고 다시 찻잎을 나무통에 넣어서 발효시킵니다. 이때 발효과정에서 고약한 냄새가 납니다. 잘 발효되면 덩어리 상태의 찻잎을 칼이나 작두로 잘라 말려서 텐구구로차를 만듭니다.

이곳에서 찻잎을 삶아서 다시 발효시켜서 만든 차는 맛이 강하고 색이 진합니다. 이렇게 만든 차는 인근 세토나이카이 어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갔습니다. 세토나이카이 지역은 물이 부족하고, 물이 좋지 않아서 구로차로 쌀죽을 끓여서 먹었습니다.

1950년 이후 세토나이카이 지역에 수돗물이 보급되면서 구로차의 소비가 줄면서 구로차의 생산도 줄었습니다. 최근 구로차가 건강에 좋고, 이 지역에서만 생산된다는 특성을 부각시켜 새로운 특산품으로 생산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나무통에 넣어서 발효된 찻잎과 말려서 봉투에 담기 전 찻잎입니다. 말리기 전에는 찻잎에서 독한 냄새가 납니다.
나무통에 넣어서 발효된 찻잎과 말려서 봉투에 담기 전 찻잎입니다. 말리기 전에는 찻잎에서 독한 냄새가 납니다. 박현국

특히 사이조시 부근 구로차 생산은 네 곳에서 각자 상표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맛이나 가격은 거의 비슷합니다. 필자가 방문한 덴구구로차는 유기농 재배를 강조하는 야마우치(山之內良文)씨의 지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야마우치 씨는 구로차의 생산과정에서 필요한 일손은 장애학교 학생들의 학습 활동과 사회 봉사 활동을 통해서 매우고 있습니다. 장애 학생들 역시 단순작업이지만 구로차를 생산하는 과정에 참여하여 일의 보람을 느끼고 수고의 대가로써 삯을 받기도 합니다.


장애학교 인솔 교사에 의하면 차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학생은 열 명 정도입니다. 이들이 차를 만드는 작업은 6월부터 시작하여 한 주에 한 번 정도, 두 세 시간 동안 진행되어 대략 9월까지 이루어집니다. 특히 7월은 가장 바쁘기 때문에 거의 매일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장애자들의 작업은 차를 만드는 여러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찻잎을 따거나, 찐 찻잎에서 가지를 골라내는 일, 차를 포장하는 일들을 돕습니다. 차를 만들어서 파는 일은 많은 일손이 필요합니다.

      사진 왼쪽, 차를 마시기 위해서 주전자에 넣어서 끓인 찻물입니다. 차를 마시면서 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사진 왼쪽, 차를 마시기 위해서 주전자에 넣어서 끓인 찻물입니다. 차를 마시면서 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박현국

포장하는 일은 마른 찻잎을 봉투에 담고 무게를 달아서 막는 것입니다. 차 잎을 담는 봉투에는 앞에는 구로차 이름이 쓰인 스티커를 붙이고, 뒤에는 소개하는 글과 마시는 방법과 성분이 쓰여 있습니다.

최근 한 해 동안 이곳에서 생산되는 텐구 구로차는 200kg 정도입니다. 이렇게 생산된 텐구 구로차는 마을 주변 JA 농협 직매장이나 특산품 판매장, 관광지에서 모두 팔립니다. 차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차밭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주로 야생차나 방치된 차밭에서 차나무 가지를 잘라서 차를 만듭니다.

차를 만드는 사람 사이에서 차나무를 심어서 찻잎을 생산할 기반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는 방치된 차밭을 이용해도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아직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습니다.
  
구로차를 만드는 일은 일손이 많이 가고 발효와 건조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날씨에 의해서 맛이나 만드는 시간이 바뀌기도 합니다. 우리 먹거리 생활은 점차 단순하고, 빠른 것을 좇아갑니다. 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제대로 맛을 아는 것은 빠른 것을 좇아가는 먹거리 생활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일입니다.

      아직 마르지 않은 찻잎 둘레에 앉아서 차 냄새를 맡고 있습니다. 차를 봉투에 담는 일을 모두 마치고 만드는 사람들과 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아직 마르지 않은 찻잎 둘레에 앉아서 차 냄새를 맡고 있습니다. 차를 봉투에 담는 일을 모두 마치고 만드는 사람들과 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참고 누리집> 식품속 건강기능성 성분위 분석법 메뉴얼, 독립행정법인 산업기술종합연구원 시고쿠지역이노베이션창출협의회, unit.aist.go.jp/shikoku/manual/512K.pdf, 2014.9.5., 텐구구로차, www.ehime-gtnavi.jp/jiman/detail.php?rec=82, 2014.9.5.
#텐구구로차(天狗黑茶) #사이조시 #시코쿠 #차나무 #발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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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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