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 아이들문방구는 아이들에게 보물창고다.
이대로
이 모든 소리는 '개뿔'! 클래식에 아메리카노는 무슨…. 현실은 이렇다. 문방구는 전쟁터다. 오전 7시에 가까스로 일어나, 간신히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는둥마는둥 하고 허겁지겁 집을 나선다. 시계를 보니 오전 7시 30분. 집에서 7~8분 거리의 가게에 도착, 허겁지겁 문을 열고, 거스름돈을 금고에 넣는다. 분주하게 아침 준비물을 챙겨놓으면 오전 7시 45분. 그때부터 손님(이라고 쓰지만, 악동이라고 읽는다)들이 들어 닥친다. 이 말 외에 다른 표현은 없다. '들어 닥친다'.
"아저씨(사장님이라고 공손히 부르는 사람은 없다)! 고무찰흙 어디 있어요?" "샤프심이요." "스카치 테이프요." "4절지요." "컴싸(컴퓨터 싸인펜)요." "실내화 240이요." "새로 나온 딱지요."무차별 폭격. 자비도 없는 놈들! 난 혼자인데 그렇게 여러 군데에서 '공격'해오면 어쩌자는 말이냐. 순간 카운터 앞은 아비규환. 손과 손이 엉키고, 말과 말이 엉키고, 돈과 돈이 엉킨다. 빨리 이 시간이 지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시침이 정지한 듯 시간은 더디 간다.
이름을 불러준다고? 다시 한 번 '개뿔'! 그런 낭만은 잊은 지 오래다. 내가 살아야 하는데, 무슨 이름을 불러주나. '수영, 재영, 경호' 대신 '야!'라고 안 부르면 되는 거지.
내 나이 서른여덟'문중일기'를 시작한다오전 8시 30분. 정신없던 아침 등교 시간이 마침내 지나간다. CCTV를 되감기해 내 모습을 재생해본다면 성능 좋은 기계가 보일 듯하다. '정확한 가격 알려주고(가끔 틀리기도 한다), 위치 알려주고(직접 찾아가서 챙겨주는 친절도 가끔 발휘), 돈 받고, 거스름돈 주고, 인사하고, 또 가격 알려 주고….' 그렇게 수십 번을 하면 평화가 찾아오는 게다. 무더위가 지나간 늦여름임에도 옷과 얼굴은 온통 땀범벅. 하루에 두세 번씩 샤워를 해야 한다.
식은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때, 전날밤 늦게 먹은 야식과 대충 때운 아침식사와 커피가 삼위일체가 돼 내 뱃속을 뒤흔든다. 마치 노랫가사처럼.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금고를 잠그고, 문을 잠그고 찾아간 화장실. 휴…. 담배 연기가 아닌, 한숨을 내쉰다. 반복되는 하루의 시작이다.
내 나이 서른여덟. 10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 있게 출사표를 던진 곳은 여섯 평 남짓한 대전의 문방구. 때로는 재미있고, 때로는 눈물겹고, 때로는 화가 나는 '문방구 라이프'. 물론 아직까지는 화가 나는 일이 팔할이다. 약간의 낭만을 가지고 이 업계에 뛰어들었나 보다. 잘 몰랐기에 뛰어들 수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조금씩 적응하고 있고, 낭만을 찾아가고 있다. 이렇게 글 쓸 재료를 얻었다는 것이 하나의 증거 아니겠는가.
정신 없고, 치열한…. 하지만 어린이들의 순수함이 살아있는 이곳, 문방구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이름하여 '문중일기'. 너무 거창하다고? 피까진 아니더라도 땀으로 썼단 말이다.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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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덟 사장님'의 로망... 현실은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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