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3일 앞두고 찾은 칠성시장 어물전의 모습. 예전같지 않다는 상인들의 아우성처럼 손님들의 발길도 뜸한 편이다.
조정훈
"꼭 세월호 탓이라고만 할 수 있나요? 경기가 안 좋다고 하니까 그런 줄 알지. 재래시장은 매년 경기가 더 안 좋잖아요. 명절이라고 해봐야 젊은 사람들은 마트로 다 가고 나이 많은 사람들만 찾는데, 오늘 오전에는 거의 팔지도 못 했어요."추석 명절이 다가왔지만 재래시장 상인들의 한숨은 늘어가기만 한다. 명절 특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구의 가장 큰 재래시장인 서문시장과 칠성시장 상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동네의 작은 시장에는 상인들이 파리만 날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추석을 사흘 앞둔 지난 5일 서문시장은 평일이기는 했지만 일부 가게를 제외하고는 조용했다. 상인들은 큰 대목을 앞두고 있어 기대가 부풀었지만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추석을 앞두고 가장 많이 찾는 건어물 시장과 생선가게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옷가게는 아예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농담을 주고받을 뿐이었다.
서문시장에서 40년째 건어물을 팔고 있다는 임준기(70)씨는 "지난 설을 앞두고는 많이 팔았는데 지금은 물건 값이 올라서 이문이 남지 않는다"라며 "돔배기(상어고기)가 1kg에 3500원 했는데 지금은 두 배 이상 올라서 7000원이 넘는다"라고 말했다.
"우리 며느리도 시장 안 오는데..."상인들은 재래시장이 침체한 이유로 주차장이 없어 불편한 점을 제일 먼저 꼽았다. 물건을 사러 왔다가도 주차할 공간이 없어 손님들이 그냥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주차공간을 넓혀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마트의 편리성을 들었다. 건어물과 채소를 팔고 있는 이정임(66)씨는 "젊은 사람들이 대형 마트로 가는 이유는 물건이 신선하고 작게 포장을 해 깔끔하게 팔기 때문"이라며 "내가 시장에서 장사하지만 우리 며느리도 물건 사러 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칠성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어물전에는 가끔 추석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있을 뿐 왕래가 거의 없었다. 이곳 상인들은 "해가 갈수록 더 힘들다며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어물전에서 30년 동안 장사를 했다는 문창근(64)씨는 "지난해보다 소득이 30% 이상 줄어서 먹고살기 힘들다"라며 "칠성시장은 그나마 낫다고 하지만 월세를 주지 못해 내놓고 나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라고 전했다.
대구 달서구의 성당시장 상인들은 더욱 힘들어했다. 13년째 떡집을 운영한다는 진아무개(47)씨는 "추석 대목이라고는 하지만 올해가 가장 힘든 것 같다"라면서 "예전에 비해 떡을 하러 오는 사람들도 반으로 줄었다"라고 하소연했다.
건어물을 파는 오상근(47)씨는 "재래시장에 주차장이 없고 불편하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 아니냐"라면서 "주로 인근의 주민들이 찾아오는데 요즘은 시장을 많이 찾지 않는다, 대부분 대형 마트로 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기 불황이 세월호 때문? 핑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