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의 육아비밀> 책표지.
자연과 사람
팔색조와 호랑지빠귀 모두 지렁이를 사냥해 새끼를 먹여 살린다. 그런데 둘의 사냥 방법은 위처럼 전혀 다르다. 책에서 묘사된 것처럼 두 새가 사냥한 지렁이의 상태는 전혀 다르다. 세심하게 오랫동안 관찰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려운 '차이'다.
팔색조는 천연기념물 제204호이자 멸종위기종이다. 팔색조의 이와 같은 사냥 습성은 물론 대부분의 생태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새를 알 만큼 안다는 사람들이 오매불망 만나고 싶어하는 새 중 하나임에도 말이다.
<팔색조의 육아비밀>(장성래 사진, 박진석 글. 자연과 사람 펴냄)은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팔색조의 생태 및 육아 관련 사진 160여 장과 관찰 일기로 이뤄진 책이다.
알을 품는 것(포란)부터 다 자란 새끼들을 내보내는(이소) 일까지, 팔색조의 모든 생태 과정을 관찰한 기록은 아마도 이 책이 처음일 것이다. 한편의 장엄한 다큐를 보는 듯하다. 찾아보기 힘들다는 팔색조의 둥지 3개를 관찰한 기록이다. 천연기념물이자,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인 팔색조를 다뤘기 때문에 자료로서 가치가 높은 것은 물론이다.
책의 저자는 2014년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박진석군과, 우연히 바다를 표류하는 새에게 먹이를 주는 것으로 시작해 오랫동안 새 관련 생태 사진을 찍어온 장성래씨다. 명확한 설명, 이제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팔색조의 생태 장면을 찍은 사진들을 만나는 감동이 남다르다.
참고로 장성래씨는 올 여름 그간 국내 서식이 알려지지 않았던 황금새 둥지를 발견, 그 사진을 찍어 국내 생태 관련 전문가와 마니아들을 깜짝 놀라게 한 장본인이다. 몇 년 전, 발견이 쉽지 않은 팔색조 둥지를 발견해 거의 알려지지 않은 팔색조의 생태를 알리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지난 10일, 장성래씨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먼저 이 둘의 관계와 만남이 궁금해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남해 지역 신문에 1주일에 한 꼭지씩 새 관련 연재를 하던 몇 년 전 일이에요. 팔색조 둥지를 발견, 관련 글을 썼는데 그 기사를 보고 박진석군 아버지가 전화를 해왔습니다. 아들 소원이 팔색조를 보는 것이라며 팔색조 탐조에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데려가 달라는 전화였어요. 처음엔 거절했습니다. 워낙 귀하고 민감한 새라 아무나 부탁한다고 데려갈 수 없잖아요. 팔색조 좀 보게 해달라는 전화나 부탁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중 한 사람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다음 날 새벽같이 어린 학생이 전화를 해왔어요. 제 거절에 밤새 패닉 상태에 빠진 박진석군이었어요. 이야기를 해보니 진정성이 느껴지더라고요. 두 해에 걸쳐 둥지 3개를 함께 관찰, 이 책을 쓰게 됐는데 박진석군이 기록을 아주 잘해요. 글도 아주 잘 쓰고요."'새 사랑' 공통점 나누며 함께 찍고 쓰고팔색조 관찰은 쉽지 않은 일이다. 둥지 발견과 만남 자체가 쉽지 않은 새기 때문이다. 박진석 학생이 선생님이라 지칭하는 장성래씨는 진석군에게 새 사진을 보여주며 관찰하게 하는 등 호기심을 불어 넣어주며 진석군을 이끌고 있다. 아래는 지난 10일 서면 인터뷰로 들어본 박진석군의 <팔색조의 육아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