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출처, 그리고 한전과 경찰의 유착관계 밝혀야"

청도송전탑반대대책위 기자회견서 진상규명 촉구, 경찰은 감찰에서 수사로 전환

등록 2014.09.12 19:56수정 2014.09.1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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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도 송전탑건설반대 대책위는 12일 오후 경상북도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돈봉투 살포 의혹을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청도 송전탑건설반대 대책위는 12일 오후 경상북도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돈봉투 살포 의혹을 조사하라고 요구했다.조정훈

이현희 청도경찰서장이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사실이 알려져 경질된 가운데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돈의 출처와 한전과 경찰의 유착관계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관련기사 : <송전탑 주민에게 돈봉투 준 청도경찰서장 직위해제>).

청도34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주민들은 12일 오후 경북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돈봉투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또, 이현희 청도서장과 이강현 한전 대구경북건설지사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대책위는 "할머니들은 6년간 싸우며 보상금 필요없다고 수없이 말했는데 아직도 돈을 갖고 주민들을 회유하려 한다"며 "경찰이 반대 주민들을 회유하기 위해 한전의 앞잡이 노릇을 한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어떠한 경위와 과정을 거쳐 돈봉투 사건이 발생했는지 구체적이고 정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져야 한다"며 한전과 경찰의 유착관계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은주 전 삼평리 부녀회장은 "왜 한전에서는 이현희 서장을 시켜 치료비 명목으로 할머니들에게 돈을 줬는지 알 수 없다"며 "그 돈봉투는 우리 할머니들의 마음을 한 번 더 모독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보나 대책위 상황실장은 "할머니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 '보상금 때문에 싸운다는 말'이다"라며 "보상금 단 십 원도 필요 없고 송전탑 건설 이전의 평화로운 모습으로 살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도경찰서 이현희 전 경찰서장이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게 돌린 돈봉투를 마을 주민 김춘화씨가 펼쳐보이고 있다.
청도경찰서 이현희 전 경찰서장이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게 돌린 돈봉투를 마을 주민 김춘화씨가 펼쳐보이고 있다.조정훈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이 청도 송전탑건설 반대 주민들에게 보낸 추석 선물. '청도경찰서장 이현희'라고 씌여 있다.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이 청도 송전탑건설 반대 주민들에게 보낸 추석 선물. '청도경찰서장 이현희'라고 씌여 있다. 김미화

주민들, 1600만 원 든 돈봉투 직접 돌려줘

기자회견을 마친 대책위와 주민들은 800만 원이 든 돈봉투 4개를 들고 경북경찰청 민원실을 찾아 돌려주고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을 경찰관직무법 위반으로, 이강현 한전 대경건설처장을 금품수수와 명예훼손으로 하는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을 제외한 대책위 관계자와 취재진의 경찰청 출입을 막아 20여 분간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취재진들은 경찰을 피해 1층 민원실 창문을 열고 들어가 취재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이 반대 주민들에게 돌린 현금은 대책위가 밝힌 당초금액인 1600만 원보다 많은 1700만 원으로 알려졌다. 이 아무개 할머니의 자녀가 100만 원이 든 봉투를 받았으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아직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이현희 전 서장은 지난 1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전 대경건설지사장에게 돈을 받아 할머니들에게 치료비 명목으로 돌린 사실을 시인했다. 이 전 서장은 자신이 지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 돈을 요구했다고 말하고 조직에 누를 끼치게 되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은 추석을 앞두고 송전탑반대 주민들에게 한과 세트를 돌리기도 했다. 천으로 싼 포장지에는 '보름달처럼 넉넉한 한가위 되세요. 청도경찰서장 이현희'라고 씌여 있었다. 이에 대책위와 주민들은 이 전 서장이 한전으로부터 받은 돈이 더 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전 대경건설지사는 1700만 원 이외에 더 주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 나온대로 돈을 준 것으로 안다"며 "다른 명목으로 준 돈은 절대로 없다"고 해명했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주민들이 청도경찰서 이현희 전 서장이 송전탑반대 주민들에게 돌린 돈봉투와 고발장을 12일 오후 경북경찰청 민원실에서 제출하고 있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주민들이 청도경찰서 이현희 전 서장이 송전탑반대 주민들에게 돌린 돈봉투와 고발장을 12일 오후 경북경찰청 민원실에서 제출하고 있다.조정훈

 청도경찰서 이현희 전 서장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돌린 돈봉투를 12일 오후 주민들이 가져와 경북경찰청에 돌려주고 이현희 전 서장과 한전 대구경북건설지사장을 고발했다.
청도경찰서 이현희 전 서장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돌린 돈봉투를 12일 오후 주민들이 가져와 경북경찰청에 돌려주고 이현희 전 서장과 한전 대구경북건설지사장을 고발했다.조정훈

한편 전날 감찰에 들어갔던 경찰은 사안이 커지자 이날 오전 이 전 서장을 경질한데 이어 본격적인 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대구수성경찰서에 조사반을 차리고 청도경찰서를 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였다. 한전 대경건설지사 관계자도 불러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사를 통해 한전이 마련한 돈의 출처와 액수를 확인하고 이 전 서장이 돈을 전달한 경위를 파악해 관계자들을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조사결과 한전이 건넨 돈의 출처가 비정상적일 경우 비자금 수사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도 송전탑 #청도경찰서장 #돈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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