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시장님 저희 좀 도와주십시오'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7월,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 마련된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 단식 농성장을 찾아 세월호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 피켓을 보고 있다.
이희훈
- 세월호 특별법 처리 요구로 유가족들이 광화문 광장과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문정현·문규현 신부님을 만났는데, '시장 하나는 잘 뽑았다'고 칭찬을 하시더라고요. 안전하게 농성을 할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고마워하셨습니다. "광장은 누구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원칙을 지켜야 하고요. 물론 점용료도 내야죠. 그것만 지킨다면 축제를 벌이든, 조용히 책을 읽든, 정치적 목소리를 내든,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물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쫓아낼 수는 없죠.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할 생각입니다."
- 지난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시장님은, 인권 변호사로서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세월호 사고의 가장 큰 교훈은 자기 위치에서 자신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안 됐기 때문에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것이거든요. 제 목소리를 높이는 것보다 제 위치에서 제 할 일을 다하는 게 중요합니다. 세월호 만큼은 아니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고가 있었잖아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세월호 참사를 대하면서 내린 가장 큰 결단입니다."
- 세월호 사고를 끔찍하게 접근을 하는 분들이 있어요. 일베 회원들이 광화문 광장 근처에서 폭식을 하는 등 비인간적인 행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우리 사회의 인식과 정신적 수준도 세월호 사고의 여러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 나라의 운명은 그 나라의 국민 수준과 인식에 달려 있어요. (일베 회원들의) 야만적인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입으로 얘기하지 않더라도 (폭식에 대해) 국민들도 그렇게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 세월호 참사 이후 '이것이 국가인가'라는 질문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제는 질문이 바뀌어서 '이것이 야당이냐'는 이런 비판을 하는데요.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졌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저도 답답하죠.(웃음) 뭐 지지율이 바닥까지 갔으니까 올라갈 일이 남지 않았을까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겠죠. 그렇게 믿고요. 제가 용을 써봐야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죠. 여의도 정치는 여의도에 계신 분들이 하셔야 한다고 보고요.
제가 당 지도부에게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어요. 혁신은 시민 삶속에서 시민의 손을 잡고, 시민에게 귀를 열어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는 일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너무 바쁘신 것 같아요.(웃음) 서울시 권한을 잘 활용해서 서울을 바꿔 내야한다고 한 것처럼, 국회와 정당이 가지고 있는 권한이 있잖아요. 새정치연합이 작은 일들을 계속하면 국민들이 환호하고 감동받고 지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 '대통령 권한이 아니다' '국회가 민생 법안을 위해서 나서야 한다'고 얘기를 했는데요. 사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할 사람은 오히려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국면에서 대통령은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보고 자꾸 주제 넘는 얘기를 하도록 하시네요.(웃음) 광화문 광장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유족들이 단식 농성까지 하면서 바라는 게 박 대통령의 결단, 아닙니까. 저는 이런 꿈을 꿔봤습니다. 박 대통령이 추석 연휴 시작되는 날, 청와대에서 걸어 나오셔서 주민센터의 유가족들을 껴안고 '고생 많았다, 내가 다 해결할 테니까, 성묘하러 가시라'고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하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꿈에 그쳤습니다."
"정의롭게, 형평에 맞게 하려고 온갖 노력 다해"- 먹고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답게 대우받고 싶다'는 말도 국민들 사이에 많이 나옵니다. 경제 논리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헌법은 국민이 존엄성을 지키면서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법률과 제도, 행정은 국민의 존엄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죠. 시장이 되면서 공공성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됐는데요. 정부가 잘 못해서 사교육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빈곤을 세습하게 됐어요.
또 외국에는 강변에 공원, 박물관 등 공공건물이 있는데, 한강변에는 부자 아파트가 들어 서 있거든요. 그러니까 가난한 사람은 한강 볼 권리조차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죠. 한강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이 그래요. 이런 걸 시정해주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죠. 그래서 정의롭게, 형평에 맞게 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어요."
- 정치 철학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공공성의 철학이 없었던 정치 지도자들이 오늘날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든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습니다. 동의하십니까. "그렇죠. 시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법령, 제도, 행정이잖아요. 이것들이 시민의 삶에 근본 환경을 만들잖아요. 이걸 바로잡기 위해서 저는 시민운동을 했고, 시장이 되고서 바로 잡을수 있는 기회를 가졌죠. 서울시 한 해 23조 원의 예산과 4만6000명의 직원들이 세상을 못 바꾼다면, '모두 한강에 빠지자'고 저희끼리 이런 얘기를 합니다.(웃음)"
- 서울시 내부에도 노동의 격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민원 전화를 받는 '120다산콜센터' 직원들의 문제가 있습니다."어떻게 그런 뼈아픈 얘기들만 하시는지….(웃음)"
- 콜센터 직원들은 '박원순 시장은 다를 줄 알았는데, 해결이 안 되나'라고 답답해 합니다."모세의 기적처럼 하루 아침에 바뀐다면 시장을 하루하고 끝내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더라고요. 콜센터 직원들의 위상은 서울시 위탁 기업이 고용한 직원들입니다. 서울시는 7000개가 넘는 업무를 외부 기업에 위탁하고 있어요.
콜센터 직원 500여 명을 직고용하면 나머지도 직접 고용해야 합니다. 또 직접 고용하게 되면 공무원수를 제한한 총액인건비제도와 법률적으로 어긋나게 됩니다. 그래서 공단 혹은 자회사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본청과 산하기관, 투자·출연기관은 직접 고용을 하고 있거든요.
콜센터 직원들은 감정노동이 심하죠. 물론 근무 조건은 상당히 좋아지긴 했습니다. 어쨌든 직접 고용에 대해 두 번째 연구 용역을 하고 있습니다. 첫 용역 결과는 직접 고용할 수 없다고 나왔습니다. 두 번째는 콜센터 노조와 협의해 용역을 발주했고요. 제가 시장이니까 이 정도로 신경쓰는 것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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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추석 때 유가족 껴안았어야 '일베 폭식'은 야만적 행동, 비난 마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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