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정치→언론... '폴리널리스트'의 위험한 복귀

김은혜·유정현·이동관·김효재... 종편 출범 후 당연시되는 추세

등록 2014.09.25 08:49수정 2014.09.2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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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뉴스&이슈', 진행을 맡은 김은혜입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은혜(44) 전 MBC 기자가 지난 22일 종편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복귀하면서, 이른바 '폴리널리스트(polinalist)'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폴리너리스트는 정치(Politics)와 언론인(Journalist)의 합성어로, 언론인 출신으로 정치권에 투신하거나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종편 통해 복귀한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은혜(44) 전 MBC 기자가 지난 22일 종편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복귀하면서, 이른바 '폴리널리스트(polinalist)'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종편 통해 복귀한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은혜(44) 전 MBC 기자가 지난 22일 종편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복귀하면서, 이른바 '폴리널리스트(polinalist)'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화면캡쳐

김씨는 종합편성채널인 MBN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서 매주 평일 오후 방송을 진행하게 됐다. MBN은 "9월 가을 개편을 맞아, 최초의 여기자 출신 앵커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김은혜씨를 새로운 진행자로 투입했다"고 밝혔으며, 김씨 또한 복귀에 앞서 "자유로운 대담과 토론, 생생한 정치계 뒷이야기 등을 전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폴리널리스트의 방송 복귀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잦아지고 있다는 것. 김씨는 앞서 2008년 MBC 앵커로 활약하던 도중 이명박 정부의 '입'으로 발탁됐고, 약 3년간 대변인으로 근무한 뒤 2010년 말부터 KT그룹 콘텐츠전략실 등에서 전무로 근무했다. 당시 업무와 상관없이 KT 임원으로 간 그를 두고 '보은·낙하산 인사'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특히나 2011년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성향 언론을 필두로 하는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한 이후 폴리널리스트들의 방송 활동은 당연시 되는 추세다. SBS 3기 공채 아나운서 출신으로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중랑구갑)을 지낸 유정현(48)씨 또한 지난해 채널A를 통해 방송에 복귀했고, <동아일보> 정치부 부장을 거쳐 이명박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이동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58)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과거 자신이 근무했던 언론으로 돌아가는 특성도 엿보인다. <동아일보>에 있던 이 총장의 경우 채널A에서 '이동관의 노크'를 맡았고,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한나라당 의원직을 지낸 김효재 전 정무수석비서관(63) 또한 TV조선에서 '김효재의 직구'란 코너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경제TV에서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유정현씨는 과거 종편으로 방송 복귀하던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에 종편 채널이 4개가 탄생했는데 참 감사하다는 느낌이다, 국회에서 잘 통과시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루아침에 변모하는 언론인들... "객관성과 공정성 의심"

이런 폴리널리스트들은 어떤 점에서 문제가 될까. 강미은 숙명여대 언론정부학부 교수는 지난 2008년 발표한 학술논문에서 "언론인이라는 직업은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한다"며 "언론인이 정치인으로 하루아침에 변모할 때, 그들이 써온 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청와대 신임 대변인으로 임명된 민경욱 전 KBS 앵커 또한 같은 이유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민 대변인이 KBS <9시 뉴스> 앵커에서 물러난 지 3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KBS 윤리강령에는 "공영방송 KBS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TV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진행자, 그리고 정치 관련 취재 및 제작 담당자는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어 이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사측은 "대변인은 선출직이 아닌 공직이기 때문에 '정치활동'으로 볼 수 없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초 전북기자협회(회장 전북CBS 이균형)는 아예 폴리널리스트들의 복귀를 제한하는 규약을 스스로 정하기도 했다. 이들은 선거 캠프나 행정기관의 비서·홍보부서 등에서 활동한 언론인들의 언론사 복귀를 2년간 제한하는 규약을 최초로 제정했다고 밝혔다. 정·관계 유착의 가능성을 막아 보도의 신뢰성을 담보하자는 취지다.

해법은 있을까.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정치권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언론인의 일인데, 정치계로 갔다가 또다시 언론계로 복귀한다는 건 납득이 안 가는 문제"라며 "각 직업에서 요구하는 역할들이 뒤섞일 우려도 있어 (이런 현상이) 위험하다고 본다, 약 5년 정도는 유예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폴리널리스트 #언론인 정계진출 #김은혜 복귀 #이명박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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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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