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울주군이 간절곶에 드라마세트장 허가를 내 줄때의 공문. 허가조건으로 공사를 할 때 50cm 이상은 파지 못하고, 1년 후 원상복구 하도록 되어 있다.
박석철
취재 결과, 울주군은 당시 허가조건을 명시한 공문에서 "드라마 세트장 공사를 할 때 땅 밑으로 50cm 이상을 파지 말도록" 명시했다. 잔디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터를 일정 깊이 이상 파지 못하도록 규제한 것이다. 또한 "점용기간이 만료되거나 점용을 폐지한 경우 즉시 원상복구 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현행법에는 공원부지 중 5000㎡ 이상을 점용할 경우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당시 목격자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드라마 세트장 기초공사 때 철제빔을 박고 콘크리트를 가설하면서 땅 밑을 50cm 이상 팠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사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공사는 통상 2~4m 가량의 터파기를 한다"고 증언했다.
지역 문화계의 한 인사는 "허가조건은 땅 밑으로 50cm 이상을 파지 말도록 하는 것이었다"며 "무릎 깊이 이상으로 파지 못하도록 하면서 648㎡ 면적의 집을 지으라고 한 것은 '눈감아 줄테니 지으라'고 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간절곶은 바람이 거센 해안으로 수십 년 된 소나무조차 해풍에 밀려 비스듬히 서 있는 곳인데 50cm보다 얕은 기초면 어떻게 드라마 세트장이 버틸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또 법상으로는 공원부지 5000㎡ 이상을 점용할 경우 도시계획시설로 하도록 되어 있지만 도시계획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울주군은 점용기간을 1년으로 해 주고 드라마 촬영이 끝난 뒤에도 원상복구를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울주군은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며 10억 원이 넘는 원전지원금을 투입해 리모델링했다. 하지만 결국 적자를 낸 사업자의 중도포기로 애물단지라는 비판 기사가 쏟아진 것이다.
이에 대해 울주군 측은 "당시 공사를 할 때 50cm 이상 터파기를 하지 못하도록 감독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5000㎡ 이상 점용할 경우 도시계획시설로 하도록 한 것을 어긴 이유에 대해서는 "드라마 세트장의 연면적이 648㎡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원상복구를 하지 않고 '애물단지' 비난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당초 드라마세트장이 이익을 남기고자 한 것이 아니었고, 관광명소로 활용할 경관을 남기고자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재철 MBC 사장 시절 세트장 건설 강행그렇다면 한수원과 울주군은 왜 비난여론을 무릅쓴 것일까. 간절곶 잔디를 훼손하고 원전지원금을 투입하면서까지 드라마 세트장을 짓도록 해 준 것일까. 당시 언론과 지자체의 역학관계에서 그 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울산 울주군 간절곶 공원에 있는 드라마 세트장이 받혀 있어 관광객이 철제 담장 너머로 구경하고 있다
박석철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앞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울산 MBC의 사장으로 재임했다. 그는 재임 당시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드라마 세트장을 지을 당시 MBC는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후 시청률이 급락하자 야심차게 주말극 <욕망의 불꽃>을 제작해 만회하려 했다.
결국 이같은 힘의 논리가 지역계의 비난여론에도 드라마 세트장을 짓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욕망의 불꽃> 드라마 세트장 변천사 |
<욕망의 불꽃>은 어느 재벌가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파멸, 부와 권력에 대한 탐욕 등을 그린 드라마이다. 지난 2010년 10월 2일부터 2011년 3월 27일까지 50부작으로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9시 50분부터 방영했으며, 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MBC는 <욕망의 불꽃>이 끝난 뒤 간절곶 세트장을 울주군에 기부채납했고 울주군은 드라마 세트장을 다양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울주군은 드라마가 끝난 뒤인 지난 2011년 3월 공개입찰을 통해 (주)테디베어뮤지엄을 낙찰자로 선정, 인형 박물관으로 꾸미기로 하고 10억 85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가설 건축물을 일반 건축물로 전환하고 전기와 소방, 통신시설도 완비해 임대가 가능하도록 세트장을 개조했다. 하지만 사업자가 입주를 포기하면서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울주군은 다시 2012년 간절곶 드라마 세트장 사용 수익 허가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 최종 낙찰자로 ㈜유엠엑스를 선정, 2012년 7월 계약을 체결했다.
㈜유엠엑스는 연간 사용료 1억 2000만 원에 드라마 세트장을 3년간 임대하기로 했다. 1층은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결혼사진 전문 스튜디오로, 2층은 80석 규모의 식당으로 활용했지만 누적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해 임대 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최근 사용을 포기했다. 결국 울주군은 연간 임대료를 낮춰 다시 입찰공고를 냈다.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공유하기
원전지원금 40억 쏟아부은 드라마 세트장, 결국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