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해산심판 재판에 오세요" 정부 측의 진보당 해산 시도에 대해 정파나 정당을 떠나서 공동대응해야 함을 강조하는 이재화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재판에 직접 방청해서 힘을 실어달라고 말했다.
최진섭
"민주당원인 내가 진보당 변론을 자원한 까닭은..."-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는데, 어떻게 통합진보당 사건을 맡게 됐나?"나는 통합진보당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지난 총선에서는 민주당 비례대표 30번이었고, 현재도 당원이다. 작년 11월경 법무부가 (진보당) 정당해산을 청구하는 기사를 본 순간 자발적으로 사건을 맡기로 했다. 한마디로 기가 막혔다.
이 사건은 결코 진보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성취한 진보적 가치를 헌법 재판을 통해서 불온시하려는 거다. 개헌을 반대했던 세력이 헌법의 이름을 빌려 진보민주 진영에 대한 전면전을 선언한 것이다. 그동안 나도 민변에서 열심히 활동한 게 아닌데, 이 사건은 내가 꼭 맡아야겠다 마음먹었다."
- 보통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예민한 사건은 피해가지 않나?"가족이나 친구들은 붉은 딱지가 붙을 거라며 반대했다. 나는 사실 그동안 국보법이나 이념적 사건은 거의 안 맡았다. 주변 사람들은 '이재화 변호사는 통합진보당과 색깔이 안 맞는데 왜 맡았냐'는 얘기 많이 한다. 정치도 꿈꾸는 사람이 종북몰이 당할지도 모르고, 도움이 안 될 거라는 거다. 손해 봐도 할 건 해야지 그거 무서워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그거 때문에 정치 못하면, 안 하고 만다.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되는 거 아니냐."
- 갑자기 정의파가 된 건가?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이명박 BBK 사건으로 정봉주 재판을 맡으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변호사 혼자 열심히 변론해서 될 일이 아니구나, 사회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구나, 그런 생각 많이 들더라. 나이 오십 넘으면 보통 뒷짐질 때다. 헌데 나이가 들고 내공이 쌓였으니 모범을 보이자는 생각을 했다.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는 거의 한 번도 안 빠졌다. 연설해 달라면 연설도 했고, 유인물도 나눠주고, 직접 행동도 했다. 올 4월부터 민변 사법위원회 위원장 맡아서 각종 토론회, 집회에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변호사 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일했더니 나 스스로는 즐겁다."
- 확고한 인생관이나 소신이 없으면 이런 사건을 자발적으로 맡기 어려울 것 같다."나는 누가 뭐래도 386세대가 우리 민주주의의 초석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현재의 헌법이란 게 1980년대 군사독재정권에 맞선 투쟁의 산물 아닌가. 헌데 당시 헌법을 부정하던 세력이 이제 헌법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억압하려 한다. 만약에 진보당이 해산하면 정치적 암흑의 시기가 올 것이다."
- 왜 갑자기 이런 퇴행적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나?"현 정권이 박정희나 이명박도 시도하지 않은 정당해산 청구를 한 이유가 무엇일까? 박정희 정권 때도 사회당이 있었다. 관제 소리 듣었지만 그래도 사회당이다. 그런데 왜 박근혜 정권은 사회주의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진보당을 해산하려 하는가. 일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정희 대표와 대선 토론하면서 당한 수모에 대한 보복이라고 본다. 친일파를 상징하는 '다카키 마사오'는 정말 뼈아픈 발언이었다."
- 아무려면 정부가 그런 이유로 정당해산을 추진하겠나?"재판 진행하면서 정부의 준비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확인했다. 대선 직후엔 국정원 댓글 사건 때문에 정신이 없었을 테고, 이석기 의원 내란 사건을 시작으로 정당해산 청구를 급조했다. 정부가 정치적 의도로 만든 사건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그래야 법정에서 논리가 산다.
그런데 결론에 짜맞춰 증거를 제시하려다 보니 논리가 안 선다. 위에서 오더(지시) 받고 급조하다 보니 '쓰레기 같은' 증거 자료를 산더미처럼 제출했다. 증거 자료의 상당수가 극우 인터넷신문과 구글 검색 자료다. 어떨 때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자료도 섞여 있다. 문명 국가에서 근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인데 너무 엉터리로 준비했다."
"'헌법 위에 북한 있다'는 정부"- 정부의 주장 중에 특히 논리가 안 서는 건 무엇인가?"예를 들면,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노당이 창당한 건 2000년이다. 그때 노선이 지금보다 더 급진적이다. 그럼 13년 동안 정부는 뭐했나? 그리고 이석기 의원이 합정동 모임에서 내란을 선동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준비한 조직원이 아무도 없다. 그럼 총책의 말을 농담으로 들었다는 건가? 결국 2심에서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정부 측은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면서 진보당 간부들에게 숨은 목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민중당 해산하고 새누리당에서 활동하는 김문수, 이재오나 주사파였던 김영환, 하태경은 실제로 전향했는지 어떻게 아나? 그리고 진보당 해산 청구 주장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 과잉금지 원칙이 무엇인가?"한마디로 대포로 참새 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허위사실 유포는 형사 아닌 민사로 처리하는 게 맞다.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그런 맥락에서 법으로 정당해산을 강제하는 것도 위험하다. 설령 정당 내 누군가가 폭력 혁명을 추구하는 세력이 있더라도 다른 법으로 처리하는 게 맞다. 따지고 보면 새누리당이야 말로 12·12 쿠데타, 내란으로 성립한 위헌정당 아닌가."
- 정부 측 논리가 부실하다면, 헌법재판소가 정부 손을 들어주긴 어렵지 않겠나?"정부 측은 논리가 궁할 때 마지막으로 북한 카드를 쓴다. 북을 추종하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논리를 편다. 그래서 진보당의 연방제도 위헌이고, 반미도 위헌이고, 진보적 민주주의도 위헌이 되는 거다. 이 대목에서 변호인들은 우리 헌법 위에 북한이 있는 거 아니지 않느냐, 북이 우리나라 헌법이냐, 우리 헌법을 기준으로 위헌 판단해야지 왜 북한을 기준으로 위헌을 판단하냐고 따진다. 헌재가 세계가 주목하는 역사적 재판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