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결혼 시켰더니 온갖 갈등' 통합 창원시 분리 목소리

창원시의원, '분리 건의안' 서명 벌여... "주민투표 없는 통합 잘못 지적"

등록 2014.10.02 12:09수정 2014.10.0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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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남선녀가 잘 될 줄 알고 결혼을 했더라도, 같이 지내는 게 힘들면 헤어질 수도 있다."

'통합 창원시'를 옛 창원·마산·진해로 분리해야 한다고 밝힌 시민이 한 말이다. 최근 새 야구장 위치 변경(진해→마산) 논란에다 창원시의회에서 '계란 투척' 사건이 터지면서 분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창원시 통합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7월에 이루어졌다. 주민투표 없이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3개 시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의회에서 의결했고 국회에서 법률안이 통과되면서 이루어졌다.

 창원 시가지 전경.
창원 시가지 전경.윤성효

창원·마산·진해가 하나로 합쳐졌지만, 지난 4년 동안 사사건건 갈등이 불거졌다. 특히 '통합 시청사 위치'에다 '새 야구장 위치'를 놓고 지역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2013년 1월 창원시는 의회 논의 과정을 거쳐 새 야구장을 옛 진해육군대학 터로 결정했다. 그런데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안상수 창원시장은 의회 논의 과정 없이 새 야구장 위치를 마산종합운동장으로 변경한 것이다.

진해 출신 김성일 창원시의원이 급기야 안 시장한테 계란을 던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역 현안과 관련해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데, 이번 '계란 투척 사건'도 따지고 보면 잘못된 행정통합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창원시의회, '창원시 분리 건의안' 서명 받아


통합 창원시를 다시 3개 시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창원시의회 안에서 나오고 있다. 1~2일 사이 창원시의원들 사이에서는 '통합 창원시에서 옛 창원시 분리 건의안'에 대한 서명운동이 벌어졌고, 이는 조만간 열릴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전체 창원시의원 43명 가운데 이 건의안에 29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시의원을 출신 지역으로 보면, 창원권 15명, 마산권 15명, 진해권 8명, 비례대표 5명이다. 정당 분포를 보면 새누리당 27명, 새정치민주연합 8명, 통합진보당 5명, 무소속 3명이다.


분리건의안에는 주로 옛 창원과 진해권 의원들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리 건의안'에 보면 "주민투표 없이 3개 시의회의 의결로 통합하였다"며 갖가지 문제를 지적해 놓았다.

분리건의안에는 "통합한 지 4년2개월이나 지난 지금 아직까지도 지역이기주의로 인해 지역 간 균형발전뿐만 아니라 화합조차도 이루지 못하고 서로 반목과 불신, 대립과 갈등으로 서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로 인해 수레바퀴와 같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면서 돌아가야 할 집행기관과 의결기관 또한 새 야구장 위치 선정문제로 서로에 대한 불신만 커져 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되어 있다.

또 "화합과 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결정된 현안문제마저도 새로운 단체장이 선출되면서 또다시 변경되는 등 더 이상 통합의 가치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통합 창원시에서 옛 창원시를 분리(원상회복)해야 한다"고 분리건의안은 담고 있다.

재정자립도와 관련해, 분리건의안에는 "2009년 당초예산 기준 재정자립도를 보면 마산·진해는 39.4%, 30.7%로 전국 평균(53.6%)에 크게 못미치는 반면 옛 창원은 56.4%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실정으로 경제적으로나 행정적으로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으나, 현재 2014년도 기준 재정자립도는 39.4%로 아주 열악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구도심 재생이라는 명목으로 무한한 발전가능성이 있는 옛 창원지역에 투입되는 예산은 기존 복지 예산 외에 대형사업은 찾아볼 수 없고, 통합 이전 쉽게 해결하던 생활민원마저도 해결하지 못하는 등 창원시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상실감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해 놓았다.

창원시의회는 이 건의안에 채택될 경우 청와대, 국회,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안전행정부, 경남지사, 경남도의회 의장, 창원시장, 창원 출신 이주영·안홍준·박성호·강기윤·김성찬 국회의원한테 보낼 예정이다.

분리 주장 계속 나와... 국회에서 법으로 제정해야 가능

통합 창원 분리 주장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창원시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 등 관련 단체들이 만들어져 있고, 그동안 '마산 분리법안 실현 연석회의 시민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김정자 창원시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 상임고문은 2011년 11월 <경남신문> 기고문을 통해 "당연한 주민투표 행사는 배제된 채 통합되었다는 것이 많은 시민들의 생각"이라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명백한 절차적 오류이며, 시명칭을 빼앗긴 마산진해시민들의 무효 주장의 당위성도 여기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유장근 경남대 교수는 2013년 7월 31일 열린 '시민토론회' 때 "역사적으로 볼 때 세 도시가 매우 인접해 있지만 도시화, 산업화, 민주화 과정이 달라 동질성보다는 이질성이 훨씬 크고, 이로 인해 3개 시는 서로 다른 문화를 축적할 수밖에 없다"며 "위로부터 진행된 일방적인 통합은 왕조시대의 낡은 유물일 뿐"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허정도 창원대 겸임교수(건축학)도 이날 토론하면서 "2009년부터 경제가 좋아진다는 논리로 통합 광풍이 불어닥쳤지만 누구도 마산을 붙들지 못했다"며 "강제통합에 따른 감정의 골이 깊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하고, 창원과 마산이 사이좋은 이웃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마산합포 출신 이주영 의원(해수부 장관)은 2013년 국회의원 78명의 서명을 받아 '마산시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이주영 의원은 "명칭까지 버리며 통합에 찬성한 마산시민의 무너진 자존심을 다시 세우려면 더는 통합 정신을 유지할 어떤 명분과 실리도 없다"고 밝혔다.

행정구역 분리·통합은 국회에서 법으로 제정해야 가능한데, 실제 창원시 분리까지 이어질지는 앞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 창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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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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