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잔뜩 경계를 하면서도 먹이를 주자 슬금슬금 다가온다. 두 놈 사이에 앞장서는 고양이가 서열이 위였다.
김민수
길고양이 두 마리가 잔디밭을 어슬렁거린다. 어젯밤 쓰레기봉투를 뜯어놓은 놈들일 터이다. 배가 고플듯하여, 먹던 음식을 조금 나눠주니 제법 맛나게 먹는다. 그들 사이에도 서열이 있다. 먼저 앞장선 놈이 다 먹고 자리를 비켜주자 뒤따라 온 놈이 남은 음식을 먹는다.
아마도 길고양이에게 가을은 여느 계절에 비하면 제법 살만한 계절일 것이다. 가을빛 좋은 날, 여치와 달팽이와 길고양이를 만났다. 모두들 친구들이다. 그들은 나처럼 가을을 나처럼 느끼지 않고 온몸으로 느낀다. 그래서 그냥 가을과 하나가 된다.
햇살이 좋았던 가을 날, 오늘은 종일 밖에서 가을빛과 어울리며 지난 봄에 심었던 것들을 거뒀다. 몸은 고됐지만, 결실의 기쁨이 고됨을 상쇄하고, 간혹 가을과 하나된 친구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한데다, 이것저것 거두었으니 참으로 풍성한 가을을 마음껏 누린 날이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