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파트리크 모디아노가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9일(한국시각) 올해 노벨문학상에 모디아노를 선정하며 "붙잡을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을 기억의 예술로 환기시키고, 나치 점령 당시의 세계를 표현했다"고 밝혔다.
모디아노는 세계 2차 대전이 막을 내린 1945년 프랑스 파리 교외에서 유대인 혈통의 이탈리아 출신 사업가 아버지와 벨기에 영화배우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생 때 어머니의 친구이자 작가 레이몽 크노를 만나며 문학에 눈을 뜬 모디아노는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23세였던 1968년 데뷔작인 <에투알 광장>으로 주목을 받으며 문단에 등장했다.
모디아노는 주로 전쟁이 끝난 직후를 배경으로 기억과 망각, 인간의 존재 등을 다뤘다. 주제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치밀한 내면 표현이 특징인 그의 작품은 거의 모두 평단과 독자를 한꺼번에 사로잡았다.
1972년 <외곽 순환도로>로 1972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대상, 1978년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또한 1973년 영화 '라콩브 뤼시앵'의 시나리오를 쓰고 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영화에도 조예가 깊다.
그의 대표작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부분적 기억상실증에 걸린 퇴역 탐정 기 롤랑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자신의 과거를 복원해가는 여정을 그리며 프랑스의 비극적인 현대사에 비유했다.
이처럼 존재의 근원을 끈질기게 탐구하고 파편화된 기억을 엮어내며 작품을 풀어나가는 특징 덕분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남긴 프랑스의 대소설가 '제2의 마르셀 프루스트'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모디아노는 노벨상 수상이 발표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전혀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다"며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도플갱어가 수상한 것으로 착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내년이면 일흔이 되는 모디아노는 프랑스 파리에서 살며 올해도 신작 <네가 그곳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을 발표하는 등 여전히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써 프랑스는 지난 2008년 르 클레지오 이후 6년 만에 노벨문학상 작가를 배출했다.
시상식은 노벨상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거행되며, 수상자는 800만 크로네(약 11억 원)의 상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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