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손녀 2옥상에서 도토리 말리기
김춘미
큰며느리 간만에 플러스 점수 땄습니다. 돈다발을 받으시는 어머님도, 그리고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버님과 남편도 모두 흐뭇해 하셨습니다. 그날, 어머님은 며느리가 둘씩이나 있는데도 그 전날 미리 전이며 나물이며 제사상에 올린 음식들을 모두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그리고는 멀리 살며 애들 키우는데도 바쁜데 굳이 뭐하러 내려오냐며 오히려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 죄송해 하는 며느리들에게 고마워하셨습니다.
아이들을 맡기고 네다섯 살 무렵 다시 데려와 키우기까지 어머님은 아이들을 키워주셨습니다. 여름이면 햇볕 가득 쏟아지는 창가에 앉아 아이와 함께 집안일을 하시기도 하고, 또 가을이면 도토리를 주워 옥상에 말리며 그렇게 아이들에게 계절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계절을 느끼고,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큰 우리 아이들, 이제는 엄마와 함께 생활하며 할머니는 가끔 찾아뵙니다. 그리고는 할머니와 함께 할 때 만큼이나 큰 선물을 안고 돌아옵니다. 아이가 할머니댁 밭에서 직접 캔 고구마를 손에 들고 기뻐합니다. 상자로 차에 실어주신 고구마만큼이나 많은 할머니의 정과 사랑을 이 녀석은 분명 알고 있을 겁니다.
그동안 회사 다니며 아이들 키운다는 핑계로 정신없이 생활하느라 계절이 어떻게 변하는지 느끼지 못했습니다. 아이들과 그리고 가족과 함께 맞이하는 이 가을, 부모님들의 무한한 사랑을 다시금 느낍니다. 어머님,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