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NTV 드라마 <단다린 노동기준감독관>의 원작 만화 이미지.
고단샤
공단의 공무원들은 어떠한가?한국에서 노동자와 관련 있는 정부 부처는 고용노동부가 있고, 그 산하에 근로복지공단과 안전보건공단이 있다. 이들 소속의 수많은 공무원이 노동자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단다린 같은 공무원이 한국사회에 과연 있을까 싶다. 물론 드라마이기 때문에 과장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본의 공무원이 노동자를 대하는 시선과 태도를 보았을 때 너무나 큰 차이가 느껴진다.
나는 직업환경의학전문의로서 해당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인정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로복지공단 직원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나 산재 자문을 할 때 "직업병이 아니지 않느냐?" "이것은 업무 부담이 적지 않느냐?" "이런 사안은 과거에 인정된 적이 없다" "요양기간이 너무 길지 않느냐?" 등의 얘기를 하는 직원들만 봐왔다.
안전보건공단 직원들은 재해, 직업병 예방과 관련한 업무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노동자의 입장을 헤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보건공단 캠페인 포스터를 보면 하나같이 재해 예방을 위해 노동자들이 조심하고, 규칙을 지켜야하고, 보호구를 잘 착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한다. 역으로, 산재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업주의 책임을 강조하는 포스터는 최소한 나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근로감독관들은 어떠한가? 올해 초, 8명의 산재 사망사고를 냈던 현대중공업에서 경영진이 처벌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전의 중대재해 때도 마찬가지였다. 노동자가 산재로 죽어도 경영주가 처벌받지 않는다. 다른 노동 사안에 대해서는 안 봐도 뻔하다. 산재은폐와 공상은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일이다.
공무원들에게 노동자 편을 들어달라는 것이 아니다.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만이라도 지키게 해달라는 것이다. 현실은 그마저도 사치가 될 판이다. 그동안 내가 경험한 세상에서, 이들 공무원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전형적 인물들이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돈이 곧 권력이라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성과주의의 결과가 아닐까? 과거 민주노총이 공개한 근로복지공단 내부 문건에서 공단 직원들이 직업병 승인을 바라지 않는 이유를 추론할 수 있다. 돈 많은 사람과 없는 사람을 차별하고, 산재를 경영성과와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이용하는 상황이 존재한다. 이런 차별이 존재하는 한, 한국의 공무원들이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한국판 단다린을 기대하는 것은 정녕 불가능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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