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오동도 앞바다에 빠진 '부잔교', 대체 왜?

바다 속에 부잔교 수년째 방치... 여수시와 여수항만청 "몰랐다"

등록 2014.10.24 11:40수정 2014.10.2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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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잔교 부잔교는 오동도 앞바다 수심 5미터 정도에 가라앉아 있는데 폐타이어가 쌓여있고 계단이 있습니다.
부잔교부잔교는 오동도 앞바다 수심 5미터 정도에 가라앉아 있는데 폐타이어가 쌓여있고 계단이 있습니다.박근호

지난 17일 오전, 박근호 여수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이 오동도 앞바다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무거운 잠수 장비를 둘러멘 박 이사는 30분 뒤 오동도 관리사무소 앞바다에 빠진 부잔교를 확인했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 밖으로 나온 그에게 부잔교 상태를 물었습니다.

박 집행위원은 "부잔교 길이는 약 25미터 너비는 10미터 정도"라며 "수심 5미터 정도에 가라앉아 있는데 폐타이어가 쌓여 있고 계단이 있는 것으로 봐서 부잔교가 물속에 빠진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부잔교는 간만의 차이가 심한 곳에서 조위(潮位)에 관계없이 선박이 접안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입니다.

이 시설은 한쪽만을 고정시켜 수위에 따라 상하로 오르내리게 한 잔교를 말합니다. 부잔교가 빠져 있는 바다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오동도 앞바다로 여수 관광 1번지입니다. 이곳은 여수세계박람회장과 가까워 박람회장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때문에 여수 밤바다를 구경하려고 많은 관광객들이 수시로 찾습니다. 또, 모터보트뿐 아니라 각종 행정선이 수시로 드나듭니다. 이런 곳에 꽤 큰 규모의 부잔교가 수년째 방치돼 있습니다. 오동도 앞바다에 빠진 부잔교가 오가는 배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여수항만청-여수시 "부잔교 빠졌다는 소리 못 들었다"

촬영 여수환경운동연합 박근호 집행위원이 오동도 앞바다 물속으로 들어가기전 장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촬영여수환경운동연합 박근호 집행위원이 오동도 앞바다 물속으로 들어가기전 장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황주찬

그물 오동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부잔교에 그물이 보입니다.
그물오동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부잔교에 그물이 보입니다.박근호

한려해상국립공원 오동도 앞바다에 왜 부잔교가 빠져 있을까요? 지난 17일,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여수지방해양항만청에 물었습니다. 항만청 담당자는 "부잔교가 오동도 앞바다에 빠졌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어 "물속은 24시간 감시가 어려워 언제, 누가 부잔교를 빠뜨렸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오동도를 직접 관리하는 여수시는 오동도 앞바다에 부잔교가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지난 21일, 여수시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시 담당자는 "부잔교가 빠져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최근 인사이동으로 부서를 옮겼는데 인수인계 때 부잔교 얘기는 못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공유수면을 점사용하고자 하는 자는 여수항만청에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또, 서류를 받은 항만청은 심사를 거쳐 실시계획을 세우고 준공검사를 해야 합니다. 허가를 받은 업체는 공유수면 점사용료도 내야 합니다. 부잔교 설치를 위해서는 다양하고 복잡한 서류가 필요합니다. 특히, 부잔교 점사용 기간이 끝나면 점사용 허가를 받은 업체는 부잔교를 치워야 합니다.

이때도 절차는 복잡합니다. 사진을 첨부해서 공유수면 점사용 완료보고서를 제출합니다. 헌데, 여수항만청과 여수시는 오동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부잔교가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가라앉게 되었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관계기관의 무관심속에 오동도 바다가 멍들어가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 헛구호 아니길...

흔적 물에 빠진 부잔교를 근접 촬영한 모습입니다.
흔적물에 빠진 부잔교를 근접 촬영한 모습입니다.박근호

여수항만청 담당자는 "2002년 이후 우리 청에서 부잔교가 빠진 오동도 인근에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내준 건수는 2, 3건에 불과하다" 말했습니다. 그는 "현장조사를 거쳐 부잔교 소유자를 확인한 뒤 수거를 명령하거나 부잔교 소유자가 확인되지 않으면 항만청 예산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부잔교를 치우는 데는 많은 돈이 듭니다. 이래저래 항만청과 여수시의 부족한 관심이 시민들 입에 오르내리게 됐습니다. 오동도는 여수세계박람회장과 인접한 바다입니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은 2012여수세계박람회 구호입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오동도 앞바다 물속에 수년째 방치된 부잔교를 내팽개쳐두고 세계박람회가 치러졌습니다.

흔히, 물속은 그 누구도 모르는 곳이라 말합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기에 그 속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물속은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곳입니다. 물위는 깨끗할지 몰라도 물속은 온갖 쓰레기가 가라앉아 있으면 안 됩니다.

관광객들이 여수 앞바다에 가라앉은 온갖 쓰레기를 보게 된다면 관광 여수 이미지가 한 순간에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여수시와 여수항만청이 관광 1번지 오동도 물속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과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동도 #한려해상국립공원 #부잔교 #여수지방해양항만청 #여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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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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