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와 새누리당이 17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공무원 연금 개혁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논의에서 안전행정부가 제시한 공무원연금 개혁 정부 초안은 지난번에 연금학회에서 공개한 공무원 연금 개혁안의 뼈대를 유지하면서, 강도는 더 세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 연금 개혁방안은 손쉽게 연기금 적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 연금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은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공무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방안으로 직접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와 수급자의 급증으로 연금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 연금의 만성적 재정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공무원 연금 개혁은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공무원 연금 개혁 방안은 공무원 연금의 직접 대상자인 공무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객관성과 투명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밀실에서 논의되고 있어 갈등의 요소가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공무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직 공무원 105만 명과 공무원 퇴직자 35만 명, 그리고 수십만 명의 공무원 취업준비생 등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공무원 연금 개혁을 직접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와 함께 정부와 새누리당은 공무원 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 정부 재정 안정이라는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통해 국민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공무원 연금 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 공무원 연기금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거론하면서 그 원인이 '공무원들이 적게 내고 많이 받아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연기금이 재정적으로 부실하게 된 이유는 바로 정부가 연기금을 부당하게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직후에 정부가 11만 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을 구조조정하면서 퇴직자들에게 지급해야하는 퇴직급여를 사용자인 '국가'가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연기금에서 4조7169억 원을 지불했고, 2001년에는 연기금에서 책임준비금 7조2000억 원을 사용했으며, 1983년부터 1995년까지 퇴직수당, 사망조위금, 재해부조금 명목으로 연기금에서 1조4425억 원을 정부가 빼 내 썼다. 이를 모두 합산하면 14조6890억 원으로 2013년 기준으로 32조3613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이렇게, 정부가 공무원 연기금을 정치적 목적으로 국책사업에 임의로 사용하거나, 국가에 경제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방어적으로 투입하면서 정부의 사금고처럼 운영해 왔다. 그 중 상당수가 연기금 고유의 수익성 목적과 정반대로 사용되는 바람에 수익성은커녕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게 되어 공무원 연기금 적자의 원인이 된 것이다. 이처럼, 공무원 연기금 재정악화의 원인이 정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무원 연기금 부실이 마치 공무원들이 연금을 많이 받아서 비롯된 문제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국민들을 속이는 아주 비열한 행위다. 그리고 고용주인 정부가 연기금 고갈의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에게만 고통을 감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적반하장의 불공정한 요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공무원들은 연기금이 어떻게 운영되지도 모른 채 꼬박꼬박 정부와의 계약에 따라 연금을 착실하게 납부한 죄 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와의 약속을 믿고 성실하게 연금을 납부한 공무원들에게 마치 연기금 부실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를 위해 성실히 일한 공무원들에 대한 고용주로서의 예의가 아니다.
이와 함께, 공무원 연금은 임금처럼 고용주인 정부가 미리 약속한 계약에 따라 노동자인 공무원들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그런데 고용주인 정부가 일방적으로 재정적인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계약을 바꿔 지급액을 삭감하겠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조치다. 만약 민간기업의 고용주가 회사의 재정적인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임금이나 연금의 지불을 줄이겠다고 나선다면 정부는 고용주를 악덕 기업인으로 처벌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정작 자신들이 고용한 공무원들의 정당한 권리는 일방적으로 묵살하고, 계약에 의해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임금 성격의 연금을 삭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연금에 투입되는 국가재정이 막대한 만큼 공무원 연금에 대한 개혁은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공무원 연금을 개혁해야 할까? 공무원 연금 개혁의 출발점은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한 투명하고 합리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논의기구의 구성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 공무원노조, 관련학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연석회의 형태의 공무원 연금 개혁방안 논의기구를 구성하여, 공무원 연기금 운영 전반에 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진단과 검토를 통해 연기금 재정 불안의 원인과 실태를 분석하고,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공무원 연기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치열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공무원 연금 개혁방안을 도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현재 월급을 많이 받는 상위직급의 공무원 퇴직자들이 월급을 적게 받는 하위직급 공무원 퇴직자들에 비해 더 많은 연금을 받도록 되어있는 공무원 연금의 비례연금 형태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 현행 공무원 연금은 공무원 위계에 따른 보수 차이가 연금에 그대로 반영되어 지급되고 있는 형태로, 정무직의 경우 연금액이 평균 315만원인 반면 일반직은 159만원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연금액의 차이는 지금까지 공무원 연금이 공무원으로 일할 당시 직급과 직종에 의해 결정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무원 연금의 재정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공무원 연금의 이러한 비례연금 형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 연금의 평균 연금액을 산출하여 평균 연금액 보다 적게 받는 수령자들은 현행 연금 수준을 유지하고, 평균연금액 보다 많이 받는 수령자들의 경우에는 연금수령액을 단계적으로 낮춰 가는 방법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직급이 낮아 연금액이 많지 않은 은퇴자는 기존의 연금액을 수령하지만 평균 연금액을 넘는 수령자는 누진적으로 줄어든 수령액을 지급받게 되어 공무원 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고위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 후 산하기관이나 관련 업체에 재취업해 높은 소득을 올리는 퇴직자들에게도 연금을 지급하도록 되어있는 현행 공무원 연금 제도 역시 개정할 필요가 있다. 현행 공무원 연금 제도는 퇴직 후 소득이 발생하더라도 공무원 연금을 10%-50% 사이에서 일부 감액해서 지급하거나 아니면 전액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들의 경우 퇴직 후 재취업을 통해 일반인들 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상태에서 공무원 연금까지 수령하고 있어 국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고위 공직자들이 퇴직 후 재취업을 통해 소득이 발생하는 경우, 공무원 연금 지급을 즉시 중지하도록 공무원 연금 제도를 개정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공무원 연금 개혁 과정에서 근속별(장기/단기), 직급별, 직렬별로 고통 분담 정도를 세분화해 합리적으로 연금 배분방안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공무원 연금 개선안 논의 이전에 공무원들의 지위와 업무 특성에 따른 연봉과 처우, 연금 현황 등을 모두 공개해 공무원 연금 논의가 투명하게 이루어져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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