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지하실, 신음소리 들려서 가봤더니...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②] 동물학대를 강하게 처벌해야 하는 이유

등록 2014.10.26 20:32수정 2014.10.2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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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소에 오게 된 동물들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한때 누군가의 반려동물이었던 그들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또 구조가 되어 동물보호소에 맡겨지더라도 시일이 지나면 안락사를 당합니다. 그런 동물들이 1년이면 10만여 마리에 달합니다. 이들의 가족이 되어줄 분을 찾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기획으로 동물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싣습니다. [편집자말]
2000년도의 일이다. 한 '동물병원' 지하에서 가냘픈 신음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가 보니 작고 하얀 개 한 마리가 눈물을 가득 머금은 큰 눈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그 옆에는 신체 이곳저곳에 붕대를 감은 작은 개들이 있었다. 하나 같이 자기 박탈감에 빠진 표정이었다. 한눈에 봐도 외과적 수술을 한 개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여느 개들과는 확연히 다른 표정들이었고 상당히 야위어 보였다.

이해할 수 없는 이 충격적인 상황에 대한 궁금증은 곧 풀렸다. 그들은 유기견이었다. 이 동물병원에서 외과 실습용으로 쓰인 마루타들이었던 것이다. 이때만 해도 유기견들을 생체실험용으로 쓴다하더라도 이를 제지하고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 없었다.

동물 유린의 현장,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사진으로도 명확하게 보이듯 몹시 마르고 길거리에서 고생을 많이 한 듯한 유기견이 실습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으로도 명확하게 보이듯 몹시 마르고 길거리에서 고생을 많이 한 듯한 유기견이 실습을 기다리고 있었다.동물자유연대

내 인생의 목표를 새로 결심하게 될 만큼 충격적이었던 이 사건을 목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큰 충격을 받았다. 그곳은 애견숍이었다. 털이 몹시 뒤엉킨 채 구조된 개들을 미용시켜 주기 위해 찾은 곳이었다.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층층이 쌓인 케이지 안에는 몰골이 말이 아닌 작은 개들이 빼곡하게 들어 차 있었다.

그 한 옆에는 만삭의 슈나우저 두 마리가 몸이 꽉 찰 정도로 좁은 케이지 안에 갇혀 있었다. 만삭의 슈나우저는 애견숍에서 분양을 위해 키우는 모견이었다. 그리고 층층이 쌓여진 케이지의 개들은 그 애견숍에서 다른 업자들에게 넘기려고 대기 중인 번식용 개들이었다.

이 개들 역시 하나 같이 유기견의 몰골이었다. 그러나 주인에게 만삭의 슈나우저에게 넉넉한 공간을 만들어주라고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규정이 없었다. 또한 유기견인 듯한 이 개들의 출처를 주인에게 따져 묻고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나 규정도 없었다. 이 동물들을 보호 조치할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주인에게 버려진 유기견이라 할지라도 기본적인 처우에 대한 규정은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그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분노하는 게 다였다.

1999년 우연히 한 지인의 손에 이끌려 동물보호법 개정 좌담회에 참석한 이후 유기동물 구조 및 입양 활동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이후 그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던 중 이처럼 무자비한 생체 유린의 현장을 보게 된 것이다.


이 사건들은 나에게 인간이 갖춰야 할 '인간됨'은 무엇일까 하는 깊은 상념과 절망에 빠지게 했다. 동물 역시 '자아를 느끼는 존재'인데 말이다. 법을 살펴봤다. 당시엔 동물에게 아무리 무자비한 학대를 해도 처벌할 수 있는 건 벌금 20만 원이 전부였다.

 메리는 지난 2003년 공사현장에서 묶여 살던 중 삽으로 눈이 찍히는 학대를 당한 후 동물자유연대에 구조됐다.
메리는 지난 2003년 공사현장에서 묶여 살던 중 삽으로 눈이 찍히는 학대를 당한 후 동물자유연대에 구조됐다.동물자유연대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은 1991년 제정되었다. 그러나 선언적 의미만 담았을 뿐 실질적으로 동물들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처럼 동물 학대의 처벌 기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동물보호법을 개정하고자 동물보호단체들과 활동가들은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그 결과 개정 논의를 거쳐 지난 2006년 12월 국회 본회를 통과해 2008년 1월부터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적용되었다.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개정법이었다. 반려동물에 관계된 규정 일부를 살펴보면, 유기견으로 동물실험 및 외과 실습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반려동물을 번식하거나 분양하는 업체나 개인들은 반드시 일정 요건을 갖추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동물생산업) 또는 등록(동물판매업)해야 한다. 또 동물 학대 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최고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해졌다.

이후 동물보호 인식의 확대로 동물보호법은 계속 보완되며 개정을 거듭하고 있다. 그 결과 2012년부터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기준이 상향 조정되어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형이 가능해졌다. 이 같은 법안이 없던 시절, 2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비교하면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 학대 사건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사법적 태도는 그리 발전했다고 보기 어렵다.

형량보다 더 중요한 건 소유권 박탈 및 동물 소유 제한

지난 8월 <TV동물농장>을 통해 알려진 백구의 예를 보자. 백구는 오토바이에 매달린 채 끌려가 피를 흘리며 상해를 입었다. 그리고 끝내 도살당했다. 그러나 검찰은 가해자에게 30만 원 구형의 약식 기소를 했다.

이에 대한 검찰의 입장은 '학대 행위에 고의성은 있으나 상습적이지 않은 점, 학대를 당하기는 했으나 어차피 도축 대상이었던 점, 개의 상처가 미미했던 점'을 이유로 들었다. 검찰의 기소 의견 전반에 상당한 이의가 있지만, 개가 도축 대상이었기 때문에 경미한 처분을 받은 것은 큰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식용을 위해 도축하는 소, 돼지, 닭 등을 도축할 시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 시키려는 인도적인 규정이 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동물실험에 이용된 동물들도 실험을 종료한 이후에는 인도적인 안락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동물을 죽일 때에는 고통을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함의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도축될 개였다는 이유로 백구에게 가한 잔혹 행위를 두둔하는 것은, 동물이 처한 절박함에 대한 관심보다 동물을 이용 가치의 측면에서 보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비단 백구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경북 의성에서, 덫으로 고양이를 잡은 후 살아있는 상태에서 불 태워 죽인 사건의 경우에도 고작 벌금 20만 원이 구형됐다. 2011년 서울 은평구 어린이 집 옆에서 발생한, 개를 망치로 내리쳐 죽이려 한 사건에도 100만 원만이 구형되었다.

 얼굴과 머리가 불에 타 귀와 피부가 녹아내린 채 구조된 코치(좌). 치료 후의 코치(우)
얼굴과 머리가 불에 타 귀와 피부가 녹아내린 채 구조된 코치(좌). 치료 후의 코치(우) 동물자유연대

이렇듯 동물을 아무리 잔인하게 학대한다 해도 그 처벌은 수십 만 원이 대부분이다. 사회적으로 학대 행위에 대한 분노의 여론이 있는 경우에만 이례적으로 300만 원 안팎의 구형이 내려질 뿐이다. 지금까지 동물 학대를 이유로 받은 형량의 최고치는 지난 2010년 서울에서 개 8마리를 연쇄 사상한 학대자 등에게  내린 벌금 500만 원이다.

그런데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의 수위 못지않게 시급한 것은 동물 학대자에 대한 동물 소유권 박탈 및 소유를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다. 법률상 동물은 재산으로 간주돼 학대받은 동물을 구조해도 소유권 문제는 남게 된다.

이는 동물을 학대자로부터 분리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어서 동물단체들은 학대자를 고발하지 않는 대신 동물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식으로 합의하기도 한다.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로 벌금과 구금,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은 물론, 영구적으로 동물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외국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

2012년 8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앤드류 리차드 스튜어트는 개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혐의로 징역형과 동시에 30년 동안 동물을 소유하는 것이 금지됐다. 미국 메인 주의 캐롤 머피는 동물을 잘 돌보지 않는 등의 학대를 반복해 평생 동안 동물 소유 금지 처분을 받았다.

캐나다의 포드윈스키는 2010년 5월부터 10월까지 타인의 개를 돌봐주기로 한 후 방치해 수의사가 안락사를 제안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영양실조와 쇠약 등)에 이르게 했다. 그 결과 6개월의 구금 및 벌금형에 이어 평생 동안 동물을 소유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이처럼 외국의 경우, 동물 학대를 단지 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에만 그치지 않고 반복적 행위로 인해 동물이 지속적으로 고통받을 위험이 있거나, 또 다른 동물이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소유를 금하는 것까지 처벌이 확대되어 있다. 반면 우리 사회는 동물 학대자에게 '1년 이하 징역형, 1000만원 이하 벌금'인 법적 최고형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동물학대,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 공동의 노력이 필요

동물 학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다른 동물들이 겪을 수 있는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동물 학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놓치고 갈 수 없다.

1963년 존 마샬 맥도날드(J.M. Macdonald)는 '미국 정신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반사회적 태도의 3대 현상(Triad of Sociopathy')을 발표하며 그 세 가지 유형 중 하나로 동물 학대를 지적했다. 이후 수많은 연구자들이 동물 학대 행위가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상대적으로 도덕적 부담감이 적은 동물을 학대하는 것에서 시작해 사람에게로 확대하는 등 반사회적인 행동이 둔감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 어떤 사회이든 동물에 가혹행위를 하는 사람은 존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건을 대하는 태도와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다. 그에 따라서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 학대는 더 이상 동물에게 국한된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와 이웃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물 학대를 중대한 사안으로 다루는 사회의 인식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보완책으로 동물보호법에서 동물 학대의 정의를 보다 명확하고 분명하게 세분화해야 한다. 끝으로 정도에 따라 동물 학대자에 대한 동물 소유권 박탈 및 소유 제한을 적용해 동물학대를 예방하기 위함이라는 근본 취지를 잘 살릴 수 있어야 한다.

☞ 유기동물과 인연을 맺고 싶다면...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동물자유연대 대표입니다.
#동물학대 #동물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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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는 동물학대 예방 및 구조, 올바른 반려동물문화 정착, 농장동물, 실험동물, 오락동물의 처우 개선을 위한 대중인식 확산과 연구 조사, 동물복지 정책 협력 등의 활동을 하는 동물보호단체이다. 홈페이지: www.animal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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