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육감, 경남도의 '무상급식 감사' 사실상 거부

27일 '도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발표... "감사원 감사 청구하겠다" 밝혀

등록 2014.10.27 14:38수정 2014.10.2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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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홍준표 지사)가 경남도교육청(박종훈 교육감) 소속 일선 학교에 대해 '무상급식' 관련 특정감사를 실시하기로 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박종훈 교육감이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히고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27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민·학부모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박 교육감은 "문제가 있으면 고치고 잘못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제목의 글을 발표한 뒤, 질문을 받지 않고 회견을 마쳤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20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욱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앞서 교육청 간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20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욱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앞서 교육청 간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성효

박 교육감은 "수능을 며칠 앞둔 학교는 지금 매우 예민하고, 이 문제로 더 이상 경남도와 다투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며 "한 지역에서 대등하고 독립된 두 지방 정부가 아이들 급식비를 가지고 다투는 모습은 교육적으로도 썩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도에서 협의가 필요하다면 한밤중이라도 응하겠지만, 경남도의 요구처럼 그렇게 일방적으로 감사를 받지는 않겠다"며 "교육은 교육감이 책임지겠고, 저희들은 더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 급식을 위해 언제까지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도는 11월 3일부터 20일간 초등학교 40개, 중학교 30개, 고등학교 2개를 선정해 '2012~2013년 무상급식 지원실태'에 대한 감사를 할 예정이다. 경남도는 음식재료 계약 적정성과 우수 식자재(친환경·우수인증 등) 위법사용 여부, 특정업체 몰아주기 등 특혜행위를 중점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이 아닌 자치단체가 일선학교를 대상으로 무상급식에 대한 감사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전국에서 처음이다. 유원상 경남도교육청 감사관은 지난 23일 "경남도의 일선학교 특정감사는 월권행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음은 박종훈 교육감의 회견문 전문이다.


문제가 있으면 고치고 잘못이 있으면 책임지겠다
-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겠습니다
많이 힘든 시기입니다. 우리 교육청에 대한 국정 감사가 끝난 지 꼭 1주일이 되었습니다. 내년도 예산이 큰 폭으로 줄어들어 교육청 식구들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보름 남짓 남겨놓았습니다. 이런 힘든 시기에 또다시 학교 급식 감사 문제로 경상남도와 다툼이 생기고 또 한 가지 걱정을 더하게 되어, 도민과 학부모님께 정말 죄송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도교육청은 무상 급식 지원금에 대해 조례에 규정한 대로 성실하게 조사와 점검을 받아왔습니다. 문제가 있을 때는 우리가 엄격하게 다시 조사해서 고칠 것은 고치고, 식품비 외에 사용된 운영비 등은 삭감된 채 교부받기도 하였습니다. 도민들의 세금이었고, 얻어 쓰는 돈이었기 때문에 그 쓰임새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게 챙겼습니다. 앞으로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열 번이라도 꿇겠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작정을 하고 찾으면 문제는 있을 것입니다. 지원금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고, 일부 지출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이것은 서로 소통해서 해결할 문제입니다. 협의를 통해 더 좋은 방법을 찾아서 노력하면 될 일입니다. 지원을 받는 자의 입장에서, 이 문제가 교육감 개인의 일이라면 열 번이라도 꿇겠습니다. 더 많은 도움을 받아야 더 좋은 급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본질은 교육에서 찾아야 합니다. 경상남도가 교육청을 그렇게 마음대로 해서는 안됩니다. 학교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자치가 보장되어 있는 경상남도교육감 소속의 기관입니다. 그 학교가 무슨 큰 죄가 있어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도교육청, 경상남도 두 군데서 중복 감사를 받아야 합니까? 우리의 진정한 목표는 두 기관이 힘을 합쳐 더 건강하고 안전한 급식을 하는 데 있어야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서 문제를 파헤치고 지원금을 깎는 데 있어서는 안됩니다.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겠습니다. 감사원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정하고 엄격한 감사기관입니다. 우리 도교육청은 매년 학교 급식에 대해 감사를 해왔습니다. 특히 2014년에는 부패척결추진계획에 따라 11월부터 급식분야에 대하여 특별감사를 실시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우리 교육청 자체 감사를 실시하지 않겠습니다. 경상남도가 우리 교육청의 감사에 대해 한계가 있다고 했으니, 그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겠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있으면 고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습니다.

교육은 교육감이 책임지겠습니다. 수능을 며칠 앞둔 학교는 지금 매우 예민합니다. 이 문제로 더 이상 경상남도와 다투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습니다. 한 지역에서 대등하고 독립된 두 지방 정부가 아이들 급식비를 가지고 다투는 모습은 교육적으로도 썩 바람직한 모습은 아닙니다. 도에서 협의가 필요하다면 한밤중이라도 응하겠지만, 경상남도의 요구처럼 그렇게 일방적으로 감사를 받지는 않겠습니다. 교육은 교육감이 책임지겠습니다. 저희들은 더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 급식을 위해 언제까지나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2014년 10월 27일. 경상남도교육감 박종훈.


#무상급식 #박종훈 경남교육감 #홍준표 경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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