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곡 잔도의 난간안개가 끼어 천길 낭떠러지가 보이지 않음
염정금
넷째 째인 8일은 운 좋게 케이블카와 리프트로 산을 오르내리며 안개가 흐르는 천문산 봉우리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하얀 안개를 감은 산봉우리의 아름다움과 나무사이로 흐르는 안개에 넋을 잃을 정도였지만 안개로 인해 아찔할 정도로 깎아지른 귀곡잔도와 유리 잔도의 풍경을 볼 수 없어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천수를 누린다는 천문동 동굴은 999 계단의 힘겨움에 오르기를 포기하고 바라만 봤다. 하지만 장가계와 안가계의 산수를 60여 가지의 돌가루와 돌, 나무로 그려낸 이군성(52) 화백의 전시관에서의 평면 액자, 문 액자, 사기접시, 기와에 그려진 명품 그림은 발걸음을 붙잡고 놓아 주지 않았다. 앞 날 저녁 특식으로 제공된 한식은 퍼지거나 너무 물러져 일행들 모두 입맛을 잃게 했던 것과 달리 점심으로 먹은 퓨전 한식은 비교적 맛이 좋아서 다들 만족한 눈치였다.
점심을 마치고 2시 무렵 장가계 공항에 도착해 출국 수속을 마치고 지인들과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사 청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차장으로 멀어져 가는 중국의 산하를 보며 3박 4일간의 여행을 더듬어 보았다. 처음 불쾌함과 다르게 기다리지 않고 일정을 빠르게 마칠 수 있게 도와 준 고상국 가이드. 긴 여행길을 안전 운전으로 편안하게 했던 왕따거 싱쿠바, 뒤를 따르며 우리 모습을 경관과 어울리게 담고자 애쓰던 비디오 촬영 아가씨의 모습이 산자락을 돌던 안개처럼 스멀스멀 스쳐갔다.
3000여 개의 봉우리로 우뚝우뚝 솟아 수백 가지 형상을 이룬 장자제의 풍광! 신의 솜씨라 해도 과언이 아닌 빼어난 자연 산수에 최고의 높이, 최고의 길이를 자랑하는 관광지로 개발한 중국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12공탄의 진한 가스 속에서 이천 원을 외쳐 대던 토가족 상인들, 전용버스 옆에서 차창을 향해 눈길을 보내던 노인의 물기어린 눈동자, 몸 구석구석을 주무르고도 두 발로 그 몸을 올려 돌려 죄우로 힘겹게 돌리던 토가의 여인들, 빗속에서도 가마를 어깨에 메고 오르던 가마꾼들,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내리는 운전사들이 자꾸만 나무의 옹이처럼 마음을 짓누른다.
욕심 없이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토가족의 터전을 관광지로 개발한 것이라 여길 때 그들의 행복을 위한 발전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현재 두 자녀를 둔 주부로 지방 신문 객원기자로 활동하다 남편 퇴임 후 땅끝 해남으로 귀촌해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교육, 의료, 맛집 탐방' 여행기사를 쓰고 있었는데월간 '시' 로 등단이후 첫 시집 '밥은 묵었냐 몸은 괜찮냐'를 내고 대밭 바람 소리와 그 속에 둥지를 둔 새 소리를 들으며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습니다.
공유하기
빼어난 산수에 황홀~ 여기가 무릉도원 장가계구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