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옥 정경현대사옥 자리에는 승문원, 제생원, 경우궁, 계동궁, 관상감이 있었다. 지금은 표지석에 이름만 남긴 채 사라져 그 흔적을 알 길이 없다. 관상감 관천대만 비교적 온전히 남아 터를 지키고 있다. 멀리 키 작은 첨성대, 관천대가 살짝 보인다
김정봉
무심히 지나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계동길 어귀, 아치형틀에 고동색 줄무늬 건물, 누가 봐도 현대 사옥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려 우리와 무관한 재벌 건물쯤으로 여기며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계동 현대 사옥이 들어선 터와 언저리는 역사의 보고요, 현장이다. 이장(移葬)한 무덤 앞에 세워진 비석마냥 주인 눈치 보며 구석 찾아 들어선 몇 개의 표지석이 그 자취를 남겼다.
조선 초만 해도 외교문서를 담당했던 승문원(承文院)과 서민의료기관인 제생원(濟生院), 기상업무를 맡아보던 관상감(觀象監, 서운관이 바뀐 이름)이 짜임새 있게 들어선 곳이었다. 지금은 별을 관찰하는 관상감 관천대(觀天臺)만 옹색하게 남아 그 터를 지키고 있다.
승문원은 세종 때 경복궁으로 옮겨가고 제생원은 세조 때 혜민서에 병합되어 대신 경우궁(景祐宮)과 계동궁(桂洞宮)이 들어섰다. 경우궁은 순조의 친모, 수빈 박씨(綬嬪朴氏)를 모신 사당이었고 계동궁은 고종의 사촌형, 이재원의 집이었다.
현대 사옥 이쪽저쪽에 있던 경우궁과 계동궁은 갑신정변 때 고종과 왕비의 임시처소가 되면서 근대사 몇 쪽을 담당하였다. 승문원, 제생원, 관상감, 경우궁, 계동궁은 표지석에 이름만 남긴 채 휘문학교를 거쳐 현대사옥 밑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현대그룹 사옥에 묻힌 근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