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명 죽음 부른 정리해고, 오늘 대법원서 최종 판결

[쌍용차 해고무효소송] 1심 "해고 정당" - 2심 "해고 무효"... 손배소에도 영향

등록 2014.11.13 08:21수정 2014.11.1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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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주영

"전혀 예상 못하겠다. 그저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주길 기대할 뿐이다."

판결을 하루 앞둔 12일, 권영국 변호사도 이렇게 얘기했다. 1심 판결을 뒤집어 쌍용자동차의 2009년 4월 정리해고가 무효라는 항소심 판결을 이끌어낸 것이라면 대법원 판결도 낙관할 것 같았지만, 의외로 조심스러웠다.

이유는 지난 2월의 항소심 판결이 다소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여느 정리해고 사건과는 달리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쟁점인 '손실 뻥튀기 회계' 여부를 매우 상세히 심리해 부당한 정리해고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관계를 다툰다면 승소를 자신할 수 있겠으나, 원심의 법률 적용이 타당한지를 따지는 대법원이기에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 예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2646명 대량해고 사태와 장기간의 파업·점거농성을 거쳐 끝까지 해고무효투쟁을 벌인 152명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낸 정리해고무효 소송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는지 ▲ 회사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 했는지 등 근로기준법 24조를 준수했는지가 그것이다.

해고 노동자들은 본래 1861억 원이었던 2008년도 당기순손실이 회계법인의 감사를 거쳐 재작성되면서 7110억 원으로 잡힌 건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5176억 원이나 '뻥튀기'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조작하기 위해 2005년 499억 원, 2006년 69억 원, 2007년 69억 원이던 유형자산손상차손을 갑자기 그렇게 부풀렸다는 것이다.

엇갈린 1·2심... 13일 오후 대법원 판결 관심

힘겹게 2천배 하는 쌍용차 노조 조합원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소송 최종 선고를 열흘 여 앞 둔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와 범국민대책위 관계자들이 '무효판결'을 바라며 2천배를 하고 있다.
힘겹게 2천배 하는 쌍용차 노조 조합원쌍용차 정리해고 무효소송 최종 선고를 열흘 여 앞 둔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와 범국민대책위 관계자들이 '무효판결'을 바라며 2천배를 하고 있다. 이희훈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13민사부(재판장 강인철)는 2012년 1월 "손익계산서상 당기순손실 액수가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판단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도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자들의 주장을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2009년 2월 법원의 쌍용자동차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었고, 복수의 회계법인이 2646명 감원 등 구조조정을 권고한 만큼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정리해고였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2민사부(재판장 조해현)는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부풀려진 과정을 자세히 따지고 들었다. 그 결과, '신차종 투입 불가' 전망을 전제로 개발중인 차종의 손상차손을 부풀리고는 반대로 '신차종 투입'을 전제로 '6개 중 4개 차종 단종' 계획을 적용, 구 차종의 손상차손을 부풀리는 등 손상차손을 과다계상한 점을 지적했다.

판결문에 '회계조작'이라는 말을 안 썼을 뿐이지, 회계조작을 통해 경영수치를 악화시켜 정리해고의 요건을 조성한 게 아니냐는 판결이었다.


사측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신규채용을 중단하고 희망퇴직을 실시, 2009년 인원삭감 때 당초 계획보다 희망퇴직을 늘리고 정리해고를 줄인 것 등이 정리해고 회피 노력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2646명의 인원삭감 규모가 불합리했고, 정리해고 이전에 해고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한 무급휴직 등의 방안을 충분히 동원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지난 2월 정리해고를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 따라 47억 손해배상·100억 구상권 청구도 갈림길

애초 이 소송을 시작한 원고는 159명이지만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원고는 152명이다. 여러 사정이 있지만, 소송기간 중 유명을 달리한 해고 노동자도 있다. 13일 오후 대법원의 판결은 이들이 2000일이 넘는 투쟁을 마치고 다시 공장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를 결정짓게 된다. 그뿐 아니다.

지난해 11월 29일 수원지방법원 민사1부(재판장 이인형)는 쌍용자동차와 경찰이 2009년 파업 당시 입은 인적·물적 손실에 대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노조와 조합원, 사회단체 간부 등에 47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00억 원을 청구한 사측에 33억1140만 원, 14억7000만 원을 청구한 경찰엔 13억7000만 원을 주라고 했다.

정리해고가 무효냐 아니냐는 대법원의 판결은 서울고법에서 진행중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정리해고가 무효라면서 사실상의 회계조작을 인정한 항소심 판결을 대법원이 그대로 인정한다면, 파업사태의 책임은 '사측의 악의적인 정리해고' 쪽에 있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해배상 책임이 전적으로 사측에 옮겨지거나, 해고노동자들의 배상책임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메리츠화재가 노조를 상대로 낸 110억 원의 보험금 구상권 청구소송도 마찬가지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쌍용자동차 #쌍용차 #해고무효 #소송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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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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