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학교 축제, 다른 학교에서도 가능할까요

태봉고등학교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등록 2014.11.17 12:10수정 2014.11.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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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전국 최초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에서 제5회 공동체의 날인 '태봉 큰 잔치'가 열렸습니다. 의미있는 행사가 많다 하여 찾아가 봤습니다.
실질적인 행사는 14일 오후부터 열렸습니다. 14일 행사는 전야행사와 시, 소망등 점등식, 태봉인 퀴즈, 영화 관람 및 담력 테스트가 있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재학생들의 한마당 축제였습니다.

15일에는 시 문화 축제를 시작으로 태봉전통시장, 작품전시, 공연, 모닥불 콘서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태봉고등학교는 매년 행사를 '홈커밍데이'라고 하여 졸업생 및 학교를 떠나신 선생님들을 초청합니다. 태봉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얼굴 한번 보자는 취지인데요. 올해에도 졸업생, 졸업생의 학부모, 전근 가셨던 선생님들, 작년까지 학교의 어른이셨던 여태전 교장선생님까지 오셔서 함께 어울렸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저도 너무 흐뭇했습니다.

시 문화 축제

토요일 오전, 태봉 도서관에서는 이한걸 시인의 초청 특강을 시작으로 시 문화 축제가 열렸습니다. 이한걸 시인은 강릉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갖은 일을 겪었습니다. 30여 년간에 걸친 생산노동자의 삶을 고스란히 시에 담아낸 시인입니다. '족보'라는 시집을 펴냈습니다.

아이들은 시인의 말씀을 듣고 많은 생각에 잠기는 듯했습니다. 귀한 강연이었습니다. 이어서 1학년 아이들은 메시지를 담은 극을 공연했고 선배들과 학부모님들은 시를 낭송했습니다. 1학년 아이들의 재치발랄한 연극은 큰 웃음을 주었고 시낭송은 감동적이었습니다. 한 학부모님께서 자작시를 낭송하셨습니다.

"태봉은 아픈 곳이에요. 그러나 태봉은 마냥 기다리라고 하니, 기다리다 내가 먼저 지쳐 쓰러질 것만 같아요. 그래 너도 그랬구나... 너의 이야기가 바로 나의 이야기였구나..."

시를 읽으시던 어머니께선 눈물을 훔치셨고 듣던 많은 태봉 가족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시 문화 축제 아이들, 학부모님들이 시를 낭송하고 연극을 공연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시 문화 축제아이들, 학부모님들이 시를 낭송하고 연극을 공연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김용만

아이들이 만드는 축제


주위에선 태봉고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립니다. 매년 높아지는 입학경쟁률을 봐도 알 수 있으며, 공립대안 고등학교의 성공적인 모델로 해마다 많은 분들이 찾아오십니다. 당연히 태봉고등학교 학생들은 행복하고 즐거울 것이라고 예상들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시문화축제의 사회를 맡았던 정류하 학생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 신입생인데, 축제에 대한 평가를 해 주세요.
"이번 축제를 위해 3~4개월간 준비했어요. 친구들과 싸우기도 하고 짜증내기도 하며 준비했죠. 하지만 결국은 맞춰가며 공동체 의식을 배웠어요. 아쉬운 점은 어제 전야제 때 전교생 140여 명 중, 함께 참여했던 학생수가 50여 명이 채 되지 않았다는 거예요. 물론 3학년 선배님들은 진로 준비하시느라, 바쁘신 것 알고 있어요. 2학년 선배님들도 개인사가 있으시죠. 물론 1학년 들도 개인사가 있다는 것 알아요. 하지만 솔직히 준비해온 입장에서 참여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 속상한 것도 사실이에요."


- 태봉고 축제의 특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태봉고는 학부모님들의 참여도가 너무 좋으세요. 어젯밤에 이미 아버지들이 오셔서 준비를 하시더라구요. 오늘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학생들보다 학부모님들이 더 많이 오셔서 즐기시는 것 같아요. 말그대로 모두의 축제같아요. 재미있어요."
 학교 곳곳에서 열린 태봉전통시장. 벼룩시장, 게임, 각종 좌판이 펼쳐져 흥을 돋구었습니다.
학교 곳곳에서 열린 태봉전통시장. 벼룩시장, 게임, 각종 좌판이 펼쳐져 흥을 돋구었습니다.김용만

2014년 태봉고등학교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2학년 이효정 학생도 만나봤습니다.

- 축제 참가율이 저조하다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변명이 아니라 온라인 게임 FIFA의 영향이 큽니다. 14일과 15일에, FIFA에서 무슨 이벤트를 했나봐요. 해서 많은 남학생들이 PC방에 갔습니다. 속상하긴 해도 막을 순 없죠. 하지만 전야제와 오늘, 참가한 아이들과 신나게 논 것은 사실입니다."

- 축제 때 아이들의 참가가 저조한 것은 매년 되풀이되는 현상같습니다. 이 현상은 어찌 해결해야 할까요?
"자유와 책임의 부분 같아요. 물론 학교 행사에 모두 다 참여하면 좋죠. 일반 학교에선 100% 의무 참석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태봉은 달라요. 학교에서도 100% 참석을 위해 강제하지도 않아요. 저도 이 부분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봐요. 단지 우리 학교에서 참석율이 저조한 것은 학생들이 자라면서 억눌렀던 자유에 대한 욕구를 이제서야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다양성은 인정되어야 합니다. 한번에 해결될 일 같진 않아요.(웃음)"

- 축제를 준비하며 재미있는 일들이 있었나요?
"이번 공동체의 날도 학생회에서 100% 준비했어요. 실제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변수가 많이 있더라구요. 유연성과 판단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일이 있을 때 혼자 결정하지 말고 학생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리고 업무 분장을 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회장과 몇몇 간부가 일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요. 그럼 아무 일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준비하는 것이 힘들긴 했어요 도와달라고 하면 모두들 잘 도와줬기에 신나게 준비했어요. 신기하기도 해요. 우리가 만든 축제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함께 즐긴다는 것이요."

모두에게 신나는 축제 여태전 전 교장선생님도 오셨고, 박종훈 경상남도 교육감님도 함께 하셨습니다. 남녀노소가 없었습니다. 모두가 즐거운 자리였습니다.
모두에게 신나는 축제여태전 전 교장선생님도 오셨고, 박종훈 경상남도 교육감님도 함께 하셨습니다. 남녀노소가 없었습니다. 모두가 즐거운 자리였습니다.김용만

테마가 있는 축제

시문화 축제가 끝난 후 오후에는 운동장에서 다양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발명 동아리에서는 전기를 생산하는 자전거를 가져와 시연을 가졌구요. 학교에서 직접 재배한 배추를 파는 좌판도 있었습니다. 부모님들은 다양한 물품들을 가져 오셔서 벼룩시장을 개최하셨습니다.

직접 만든 음식을 파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네팔 아이들과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한 물품판매 좌판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먹거리를 팔고, 풍선 던지기를 하고 1년 동안 학교생활하며 만든 작품들도 전시했습니다. 온 학교가 구석구석 볼거리, 먹거리, 구경거리였습니다.

게다가 전 교장선생님이셨던 여태전 교장선생님도 오시고 작년까지 근무하셨던 많은 선생님들도 오시며 학교의 흥은 극에 달했습니다. 태봉의 대표적인 문화로 허그 문화가 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안으며 반가움을 표하는 것이 정말 따스했습니다.

이날 박종훈 교육감도 태봉고등학교를 깜짝 방문하여 축제를 함께 했습니다. 태봉고의 축제를 보시니 어떤 생각이 드시냐고 여쭈었습니다.

"다른 학교도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자유롭게, 밝게 웃는 아이들을 보니 이 모습이 본래 아이들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학교에서 자유롭고 격식에 쫓기지 않는 이런 생활이 일상이면 좋겠습니다.

저는 태봉고니깐 이런 축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모든 학교에서 이런 축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본래 선하고 자유롭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성장을 도와 주는 것, 일반 학교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저도 배추를 사고 경품으로 호미를 뽑았습니다. 놀러 왔다가 선물을 받은 느낌입니다. 저에게도 재미있는 축제입니다."

아직도 성장 중인 태봉고등학교

태봉고등학교의 축제는 올해로 5회째입니다. 박영훈 교장선생님이 2대 교장이시니까, 아직 신생학교지요. 개교 때부터 많은 관심과 질타를 받았던 학교입니다. 전국 최초의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힘이 되기도, 짐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아직까진 잘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태봉 가족들은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방향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 이런 대안적 모습을 고민해야 한다. 이런 것은 바뀌어야 한다'며 아직도 학교 안은 시끄럽습니다. 언뜻 보면 학교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태봉의 힘입니다. 교무실에서도 지위나 나이가 앞서지 않습니다. 모든 교사는 동등하게 발언하며 누구나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누구나 학교 일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선생님과 싸울 수도 있습니다. 태봉고에 재직 중인 류주욱 선생님의 말입니다.

"전 아이들이 저에게 반항했으면 좋겠습니다. 저에게 대들라고 가르칩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에게도 대들지 못했던 학생이, 어찌 사회에 나가 세상에 대들며 자랄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이 대들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을 강요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싸움을 안 하게 하는 것이 교육이 아니라 싸움 후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더 교육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태봉고의 아이들은 반항하는 아이들이었으면 합니다."

완벽한 학교는 아닙니다. 태봉고의 모든 아이들이 학교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며 모든 학부모님들께서 학교를 만족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직도 태봉은 싸워가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야간 자율학습을 하지 않는 태봉고에서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학교가 지긋지긋하다고 하던 졸업생들이 학교에 찾아와 울면서 선생님들께 안기는 것은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태봉고등학교는 좋은 학교는 아니지만 행복한 학교가 되기 위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하면 학교는 행복해집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탑재 예정입니다. 오마이 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대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봉고등학교 #태봉큰잔치 #박종훈 #여태전 #박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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