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살메르의 마이클 잭슨한 아이가 나만을 위한 라이브 공연을 펼쳤다.
윤인철
가상 드라마에 한껏 심취해 있는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헤이, 헤이(Hey, Hey)…" 이곳에서 나를 부르는 일은 없을 터, 마냥 거리를 바라보고 있는데 또다시 "Hey, Hey…"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나 나를 부르는 것인가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숙소 건너편 집 안에서 한 아이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9살 안팎으로 보이는 그 아이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포토, 포토(Photo, Photo)"를 외쳤다.
급하게 카메라를 찾아들고 앵글을 비추니, 소년은 마이클 잭슨이 환생한 듯 멋진 관절 꺾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자이살메르 전당에서 펼쳐지는 무료 특별 공연. 나는 아이의 춤에 완전히 몰입되어 셔터를 계속 눌러댔다. 순간 나는 한국에서 온 파파라치가 되어 있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공연은 그의 엄마가 무자비하게 끌고 가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그 아이뿐만 아니라 인도에서 만난 아이들의 미소는 밝고 경쾌했으며, 하얗고 건강했다. 어쩜 인도 여행의 진수는 아이의 눈빛과 미소에 있지 않을까?
도시의 야경을 보기 위해 자이살메르 성에 올랐다. 누군가 우리를 보더니 정말 좋은 뷰포인트가 있다며 따라오라고 했다. 그를 따라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자 자이살메르의 눈부신 야경이 나타났다. 하지만 '눈부시다'는 것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도시의 '눈부심'은 아니었다. 황색 사암으로 지어진 건물마다 작은 촛불 하나씩 켜 놓은 듯한 수줍은 눈부심? 높은 언덕 하나 없는 평지에 만들어진 도시가 거친 숨을 몰아낸 채 잠들어 있었다. 우리를 안내해 준 젊은이가 누군가를 데리고 올라왔다. 그는 이 건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이었다.
"한국인들입니까? 온 김에 차 한 잔 하고 가시죠?"거래의 정석도시의 야경을 본 후, 성 밖으로 나와 시장을 구경하였다. 델리나 조드푸르의 시장과 별 차이가 없었다. 릭샤 한 대와 오토바이 한 대가 딱 교차할 크기의 길과 그 양쪽에 길게 늘어서 있는 상가의 모습. 시장의 규모와 찾는 사람의 많고 적음의 차이뿐이었다. 이 도시에서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낙타 가죽 제품과 고운 실크 소재의 옷 등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자이살메르의 하이라이트인 '낙타 사파리'를 위해 사막으로 떠난다. 우리가 동물원에서만 보던 그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거닌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한껏 부풀었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오며 내일 낙타 사파리를 위해 오렌지, 토마토 등의 과일을 사고 사막 바베큐에 넣을 감자를 넉넉하게 준비하였다.
오늘 낮 자아살메르 성 정문 근처에 있는 과일 가게에 들른 적이 있었다. 우리는 델리에서와 마찬가지로 그가 부르는 과일 가격에서 적정 수준의 디스카운트를 요구하는 흥정을 벌였다. 예를 들어 과일 파는 상인이 오렌지 값으로 60루피를 부르면, 우린 40루피에 달라고 요구하였다. 결국 그 과일 가격은 50루피에 낙찰되는 식이었다.
운이 좋을 때는 우리가 부르는 40루피에 낙찰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린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이 과일 가게 주인과 밀당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밀당을 두어 번 나누자마자 주인장은 우리를 한심한 눈초리로 보면서 "너희들 한국인이지?"라고 비아냥댔다. 그의 비아냥거림은 한국인 여행객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모두 담고 있었다. 그의 말에 쥐구멍에라도 숨어들고 싶은 수치심이 들었다.
우리는 여행을 오기 전에도, 인도에 와서 만났던 사람들에게서도 정석의 '흥정법'을 전수받았다. 어리숙하게 흥정하다가는 엄청난 바가지를 쓰게 된다고 하였다. 분명 똑같은 사과라도 현지인과 외국인에게 파는 가격은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차이라고 해 봐야 기껏 10~20루피의 작은 액수였다. 고액의 기념품은 아니더라도 과일 정도의 가격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들의 요구에 따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너무 경직되고 규격화된 여행 자세를 가지는 것 또한 여행자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들린다.
"너희들 한국인이지?"어찌 보면 이런 거래는 모두에게 손해일 것이다. 한국인은 더 깎으려고 할 것이고, 인도 상인은 최초 가격을 더 높이 부르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부르는 대로 무작정 돈을 주는 것도 정상적인 시장 가격을 파괴하는 공범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을 현명하게 선택하고, 판단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평생의 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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