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가 식당 아줌마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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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엊그제 전화에서 친구의 목소리는 힘이 가득 들어가 있었습니다. 걸으면서 통화하는 목소리가 예전에는 숨에 차 헐떡거리는 목소리였다면 이번에는 뭔가 흥분되고 신이나 떠드는 목소리였습니다.
"무슨 좋은 일이 있어?""나, 얼마전부터 OO회사 식당에 출근하잖아. 아르바이트긴 하지만 그래도 좋네."바닥에 착 달라붙었다가 이제는 방 구들장을 뚫고 들어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되었던 친구의 목소리가 예전, 그러니까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고 첫 월급을 받던 그때. 맞습니다. 아가씨 때의 목소리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오는 시간에 맞춰 집에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아르바이트를 찾다보니 재취업이 좀 늦어졌다고 말하면서 친구는 흥분된 기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요즘, 식당 아줌마인 친구는 일하는 구내식당의 밥값이 4천 원에서 5천 원으로 오르면서 만들어야 할 반찬 가짓수가 두어개 늘어나 조금 더 힘이 든다고 합니다.
"그럼, 바빠진 만큼 월급도 조금 더 주는 건가?"라고 농담 삼아 묻자, 친구는
"하하하, 그런 적은 없더라구. 식재료값이 올라가서 밥값을 올렸다는데,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구. 암튼 구내식당 밥값이 올라가면 우린 힘만 두 배로 더 든다."라고 대답하며 유쾌하게 웃습니다. 회사 식당 밥값이 올라갈 때, 그저 '비싸진 만큼 어디 잘 나오나 보자'라는 생각은 했어도, 아무런 대가도 없이 고생만 더 하게 되는 보이지 않는 식당 아주머니들의 존재는 잘 몰랐습니다. 무거운 식판과 그릇, 식재료를 나르고 그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어 주시는 아주머니들. 그 분들 중에 내 친구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그 분들의 고생이 내게도 와 닿습니다.
회사 식당에 가면 바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식당 아주머니들을 만납니다. 점심 시간, 짧게 스치지만, 좀 더 밝게 웃어드리려 합니다. 고생하신다고. 그리고 이렇게 맛있는 음식들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그 맘이 전해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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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소중한 이 순간 순간을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쓰며 멋지게 늙어가기를 꿈꾸는 직장인 아줌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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