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책 표지
비아북
- 최근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란 책을 냈는데, 반응은 어떤가요."현안을 담고 있어서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 직접 집필할 수 있는데, 인터뷰로 엮었더군요. "작년 3월부터 책 출간을 논의했어요. 제가 삼성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직후였죠. 진보가 나아갈 길과 역할에 대해서 책을 내자고 출판사에서 제안했어요. 대화를 통한 역동적인 구어체를 사용하면 전달력이 좋을 것 같아 인터뷰 형식을 선택한 거죠."
- 인터뷰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1년 반 동안 10차례 정도 인터뷰했어요. 한 번 하면 5~6시간씩 길게 이야기를 했어요. 인터뷰 할 당시엔 상당한 현안을 이야기했는데, 현 시점에선 다소 과도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현안 발생 당시의 정서나 감성이 (책에) 많이 남아 있어서 다소 어색한 부분도 있어요."
- 민주노동당은 2004년에 원내에 진출했잖아요. '예상보다 빠른 결과였다'고 책에서 회고했더군요. "진보정당을 만드는 과정은 매우 어려웠어요. 10년 이상 걸렸고, 진보정당이 왜 필요한지 문제제기도 많았죠. 민주세력의 힘을 분산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 노동운동이 아직 진보정당을 하기에는 성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았어요. 저는 진보정당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어요. 특히, 의회 진출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 봤어요. 하지만 창당되고 4년 만에 의석 10개를 얻어 원내에 진출했어요. 제가 예상한 것보다 빠르게 진출한 셈이죠.
어떤 분들은 진보정당이 만들어진 지 19년이 넘었는데, 의석수 5~10개에 머무르고 있으니 성장이 더딘 것 아니냐고 지적해요. 하지만 저는 이 과정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결코 더딘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너무 빨리 원내에 진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요. 미숙하거나 부족했던 점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르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역사적으로도 준비가 부족한 건 아니었어요. 역량에 비해 빨리 (원내에) 들어간 것도 아니죠."
- 지금 진보정당은 4개지만, 지리멸렬해 보입니다. "미미한 세력인데도 4개로 나눠져 있어 걱정이라는 의견이 많아요. 충분히 공감하고 이 상태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4개로 갈라진 이유가 있거든요. 인위적으로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라기보다는, 왜 4개가 되었는가를 살필 필요가 있어요. 형식적으로 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가는 방향이 같다면, 서로 경쟁하고 다투면서 현실적인 차이를 좁힐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의견 차이를 인정하고 가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생각이 99% 같아도 1% 다르면 원수"로 지낸다고 진보의 문제점을 지적했어요. "진보는 이해관계로 뭉치는 집단이 아닙니다. 무엇이 옳은지 따지는 건 나쁜 게 아니에요. 오히려 진보의 건강성을 위해 필요한 대목이죠. 다툼이 조직의 분열로 이어지는 게 문젭니다. 리더십의 문제이고, 다원적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장치와 훈련이 부족한 탓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보의 숙명이라고 보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숙한 진보가 만들어진다고 봐요.
강 교수의 표현은 조금 과장되고 극단적이죠. 원수란 표현은 동의 못 해요. 서로 경쟁하기도 하고 합치기도 하는데, 진보세력은 대개 노선을 많이 따져요. 노선과 가치를 둘러싼 치열한 토론은 필요하지만, 진보는 소외된 세력을 대변하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세속화 주장, 부정적 의미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