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1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연평도 포격'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유성호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에 북한이 연평도에 백 여 발의 포탄을 발사하는 대형 안보위기가 시작되었다. 이 당시 여러 가지 문제점은 생략하기로 하고 과연 합참이 "F-15K 전투기를 동원하여 북한을 응징할 수 있는가"의 논란만 검토해보자.
위기의 순간에 합참의 고위 장교들은 "미국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측과 "우리가 단독으로 결정하면 된다"는 측으로 양분되었다. 오후 3시 11분에 북한의 2차 포격이 실시되는 상황에서 지휘통제실에 모인 위기조치반에서 한 대령이 "전투기로 응징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장군이 "모르면 가만있어"라며 등을 쳤다.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도 일주일 이상 미국의 협조 여부로 논란이 계속되자 한민구 합참의장은 "미군에 질의서를 보내라"고 지시하였고, 이에 월터 샤프 연합사령관은 11월 30일에 "한국군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는 답변서를 보내왔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위기 후에 "전투기로 작전을 하려면 미국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며 항공작전을 하지 못한 사유를 국회에서 답변하다가 경질되었다. 유엔사 정전시 교전규칙에 그렇게 나와 있다는 이야기였다.
때마침 12월에 부임한 김관진 국방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한국군 단독으로 전투기로 응징할 수 있다"고 전임자와 다른 의견을 밝혔다. 연합사령관의 답변서 존재를 알고 재빨리 입장을 정한 것이다. 이 말에 항공작전을 수행하지 못한 한민구 의장이 사의를 표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합참의장 역할 무엇인지 아예 언급조차 없어그러면 유엔사 정전시 교전규칙이란 게 무엇이길래 한국군 장교들이 허둥대고 논란만 거듭하는 것일까? 교전규칙의 관련 내용을 보면 항공작전은 미7공군사령관이 통제하기 때문에 미군과 협력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교전규칙이라는 것이 1994년에 평시 작전권이 한국으로 전환되었으면 그 상황에 맞게 개정되어 있어야 하는데, 과거 모든 작전권을 미군이 가지고 있던 상황 그대로 수정되지 않은 채 오랫동안 방치되어 온 것이다.
그러니 합참이 창설되기 이전인 1990년 이전 상황이 주로 반영되어 야전사령관의 역할은 있으나 합참의장의 역할이 무엇인지는 아예 언급조차 없다. 이 따위 문서를 여태껏 평시 한국군 준비태세의 기본규범으로 삼아왔다는 것은 지난 20여 년 간 합참을 만들어 놓고도 한번도 제대로 작전을 수행할 준비를 안 했다는 이야기다.
미군이 다 해 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장교들이 혼란에 빠지니까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국제법 학자에게 연구용역을 의뢰했다"고 궁색하게 변명하기에 이른다.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능 감추려고 '종북세력 탓' 타령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