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4일 혁신학교인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에서 '공정무역'을 주제로 모둠활동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자료사진).
권우성
B씨는 "아이가 ㄱ중학교로 진학했는데, 동아리 활동을 자율적으로 못하고 있다, 혁신학교와 일반학교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면서 "아이도 'ㄱ중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혁신학교 확대를 핵심공약으로 내건 조희연 교육감이 당선되자, 학부모들의 기대는 커졌다.
이 학교의 D교장도 학부모들에게 "혁신학교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사들의 반대를 뛰어넘지 못했다. D교장도 말과는 달리,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교사 A씨는 "교장은 사전 논의도 없이 갑작스럽게 투표를 하자고 했고, 혁신학교에 대해 준비하지 못한 상태였던 교사들이 투표했다"면서 "연구학교로 지정돼 일이 많은 상태에서 교사들은 혁신학교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학교운영위원장인 E씨는 "많은 교사들에게는 의지가 없었고, 혁신학교에 찬성하는 교사들도 학교분위기 상 '잘 안될 것'이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으로는 소통이 부족했다"면서 "혁신학교를 추진하려는 학부모나 교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혁신학교를 만들지 준비한 뒤 상대방을 설득했더라면, 분위기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혁신학교에서 사라진 조희연 교육감교사들 사이에 혁신학교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지만, 교장 등 관리자들의 반대로 혁신학교가 좌초된 곳도 적지 않다. ㄷ중학교가 대표적이다. 11월 혁신학교 신청 여부를 묻는 교사 투표를 앞두고 교장과 교감은 "업무가 많아질 것이니 각오하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과반의 교사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학교운영위원회 투표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똑같았다.
이 학교 교사 F씨는 "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 투표에 영향력을 발휘했는데도 혁신학교 신청 요건인 동의율 50%를 기록했다"면서 "하지만 교장은 임의적으로 과반을 넘지 못했다면서 혁신학교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혁신학교 태스크포스에 참여하고 있는 한 초등학교 교사 G씨는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장에게 연락했지만, 교장은 혁신학교 신청을 완강히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F씨는 지난 2011년 ㄹ중학교에 다닐 때도 혁신학교 신청을 준비했다. "교장과 교감이 반대하는데도 70%가 넘는 교사들이 혁신학교를 찬성했다"면서 "교장과 교감은 이후 신청서를 엉망으로 쓰고 혁신학교 반대 교사와 함께 심사를 받았다, 결국 혁신학교 공모에서 탈락했다"고 밝혔다. 교사뿐만 아니라 교장 등 관리자의 의지도 혁신학교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라는 지적이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는 서울시교육청의 혁신학교 정책에 대한 비판이 크다. 한 혁신학교 학부모는 "6·2 지방선거 때 많은 시민·학부모들이 혁신학교 공약을 내세운 조희연 교육감 당선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면서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혁신학교 정책을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혁신학교 공모를 앞두고 각 학교에서는 별 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교사 G씨는 "서울시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관련 공문만 내려 보냈다"면서 "교사들은 홍보자료 하나 받지 못했고 설명회 참석 기회도 적었다, 혁신학교에 대한 논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과가 좋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교사 F씨는 "교사 사이에 '혁신학교는 업무가 많다'는 유령 같은 공포가 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6일 동성고에서 교장이나 부장교사만을 대상으로 한 차례 설명회만 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11개 교육지원청으로 하여금 자율적으로 혁신학교 설명회를 열도록 했다. 교사 G씨는 "어떤 교육지원청은 설명회를 열지도 않았다"면서 "관료들에게 혁신학교에 대한 의지가 없다보니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조희연 교육감의 책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희연 교육감은 혁신학교 설명회나 10~11월 14개 학교에서 열린 혁신학교 운영사례 나눔마당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 중학교 교사는 "조희연 교육감이 혁신학교 행사에 참석하고 이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야 관료들도 움직일 것"이라면서 "하지만 조 교육감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나 누리과정 논란에 발목 잡힌 탓인지 혁신학교에 신경 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 교육감의 혁신학교 양적 확대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지난달 24일 "(서울형 혁신학교는) 곽노현 전 교육감의 과도기와 문용린 전 교육감의 혁신학교 탄압 정책에 맞서 겨우 수명이 연장되는 뇌사 상태에 까지 이르렀다"면서 "양적인 확대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심화를 시키고, 학교별로 학교혁신이 제대로 정착되어 나가도록 정책적으로 충분히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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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혁신학교 하면 각오하라" 관료는 무관심... 학부모는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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