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록텅빈 귀주성 고속도로 모습
신한범
한참을 졸다 눈을 뜨니 버스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립니다. 버스가 갈지자(之)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운전석을 보니 기사가 졸고 있습니다. 기사는 연신 하품하며 잠을 쫓기 위해 기지개를 켜지만 눈은 반쯤 감겨있고, 고개는 위아래로 끄덕이고 있습니다. 뒷좌석에 앉은 일행이 큰 소리로 저에게 이야기합니다.
"신선생 지금 기사 자고 있지?""예! 자고 있네요." 기사의 잠을 깨우기 위해 일부러 고함을 지른 것인데. 기사는 여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속 80~90km 속도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기사가 졸며 운전하는 모습에 오금이 저립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몇 년 후 귀주성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면 아마 이 버스 기사일 것이라며 악담을 해봅니다.
총지앙에 도착했지만 구이린 가는 버스는 이미 떠나버렸고, 중간 지점인 산지앙(三江)가는 버스가 있습니다. 산지앙에서 일박하면 내일 일정을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버스에 올랐습니다. 이날은 아침 7시부터 밤 8시까지 강행군이었습니다. 끼니도 챙기지 못하고 버스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배낭 여행은 친구가 원수가 되고, 원수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패키지 여행과 달리 매일 선택해야합니다.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하면 여행 기간과 비례해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24시간 얼굴을 마주하기에 냉각기를 가지지 못합니다.
다행히 우리 일행은 여행 기간과 비례해 살가워집니다. 서로 다른 연륜과 인생을 살아왔기에 일행이 주고받는 대화는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야기는 숙소에서, 기차와 버스에서 그리고 식사와 술자리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행은 문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 못지않게 사람과 사람의 정을 나누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