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자리 찾기 모습
위클리공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좋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경력단절여성 통계'에 따르면 15~54세 사이 기혼여성 956만1천 명 중 결혼, 임신·출산, 육아, 자녀교육, 가족돌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은 213만9천 명으로 전체의 22.4%에 달했습니다.
올해부터 가족의 병간호를 위해 직장을 그만둔 '가족돌봄'도 경력단절의 범주에 넣어 통계를 냈는데, 가족돌봄을 제외하더라도 경력단절 여성의 수는 197만7천 명(20.7%)으로 전년 동기대비 2만2천 명(1.1%)이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경력단절 여성의 문제는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입니다. 지난 8월 2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성 경력단절의 사회적 비용 조사' 보고서에서는 여성이 임신·출산·육아로 경제활동을 포기한 데 따른 사회적 비용을 추산해본 결과, 2000년부터 13년간 195조 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평균 사회적으로 15조 원의 비용을 쓰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여성이 출산·육아로 직장을 그만두거나 잠시 쉬었다가 임금이 더 낮은 직장에 취업한 데 따른 임금손실액, 재취업에 들인 교육훈련비, 정부가 여성 경력단절 방지를 위해 쓰는 예산 등을 합쳐서 산출한 사회적 비용입니다. 이 중 정부가 한해 여성 경력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투입하는 정책 예산만 6100억 원입니다.
여성친화적인 협동조합이러한 상황에서 협동조합은 하나의 대안적 선택지로 모색되고 있습니다. 여성친화적인 협동조합의 역사는 오래되었습니다. 영국에서도 1928년에 비로소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된 데 반해, 로치데일 공정선구자 협동조합은 1844년 설립 당시 여성에게도 동일하게 1인 1표 투표권을 부여했습니다.
1974년 설립된 이탈리아 볼로냐의 '카디아이'는 환자, 고령자, 아동 등을 돌보는 돌봄서비스 협동조합으로, 여성들이 가사 및 간병 등 돌봄노동을 유급화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이탈리아의 15~64세 전체 여성고용률이 47.1%인데 반해 볼로냐의 경우 63.7%에 이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여성이 중심이 된 행복중심생협 연합회가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이하며, 14개의 회원생협, 26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럼 협동조합이 경력단절 여성에게 갖는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일까요? 2013년 11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서울 여성협동조합 생태계' 연구에서는 여성협동조합을 여성조합원이 과반수인 협동조합으로서 다음과 같은 특성 중 하나 이상을 갖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첫째 여성들이 소비자나 생산자의 주 구성원이 되면서 사회구성원들의 경제·사회·문화적 필요를 충족해야 합니다. 둘째 여성친화적인 가치를 지향해야 합니다. 셋째 여성생애주기에 따라 유연하게 일할 대안적 노동형태를 제공해야 합니다.
경력단절 여성에게 이로운 세 가지 특징 첫 번째 여성들의 필요 충족과 관련해 살펴보면 협동조합은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듯이 지역에 필요하지만 시장과 국가에서 제공하지 않던 상품을 개발하며 만들어지는데, 여성이 중심인 협동조합도 그러합니다. 지역공동체와 연결되어 지역에 필요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즉 돌봄 서비스, 건강한 먹거리, 마을 사랑방의 운영 등을 통해 여성에게 일터를 제공함과 동시에 그 일터가 지역사회의 삶을 보다 풍부하게 하고 있습니다. 많은 마을공동체가 공동육아로부터 시작해서 의식주로 확장되어가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죠. 이탈리아 카디아이의 경우처럼 여성들의 노동을 보다 사회화하며 노동의 양을 줄이고 정당한 대가가 지급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