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로 나간 사람 봤어도 잘리는 경비원은 못 봤어요"

['현대판 노예' 경비원의 눈물②] "해고 칼바람 분다"는 경비원들, 해법 없을까

등록 2014.12.06 13:52수정 2014.12.0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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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압구정 모 아파트의 경비원이 입주민에게 모욕감을 느낀 뒤 분신을 시도해 끝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그간 묻혀있던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5년 최저임금 100% 적용을 앞둔 탓에 전국적으로 '대량 해고' 조짐이 나타나는 등 해결은 요원한 상태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경비원들의 산업재해 등 또 다른 문제와 이를 둘러 싼 지자체 등의 노력을 차례로 보도합니다. [편집자말]
"칼바람 부는 곳에 서 있는 거죠. (해고되면) 나가서 뭘 하겠어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영하 5도의 쌀쌀한 날씨. 추운 날씨만큼이나 경비원 K씨(60대)의 말투도 쓸쓸했다. K씨가 근무하는 곳은 지난 11월 경비원 분신 사망 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S아파트다. 지난 3일 밤 각 동 동대표들이 모여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기존의 아파트 관리업체를 바꾸기로 결정하면서, 자연스레 근무 중인 경비원들의 해고 가능성도 높아졌다.

 4일 찾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S아파트의 모습. 경비원 K씨가 근무하는 곳은 지난 11월 경비원 분신 사망 사건이 발생한 곳으로, 해당 아파트의 경비원 70여명은 지난달 말 이미 전원 해고예고 통보를 받은 상태다. 지난 3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기존의 아파트 관리업체를 바꾸기로 결정하면서, 자연스레 근무 중인 경비원들의 해고 가능성도 높아졌다.
4일 찾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S아파트의 모습. 경비원 K씨가 근무하는 곳은 지난 11월 경비원 분신 사망 사건이 발생한 곳으로, 해당 아파트의 경비원 70여명은 지난달 말 이미 전원 해고예고 통보를 받은 상태다. 지난 3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기존의 아파트 관리업체를 바꾸기로 결정하면서, 자연스레 근무 중인 경비원들의 해고 가능성도 높아졌다. 유성애

 2015년부터 아파트 경비원도 최저임금 100%를 적용, 현재보다 약 19% 인상된 임금을 받게 되면서 전국에서 '해고 한파' 위기를 겪는 경비원이 적지 않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경비원 감원'을 놓고 찬반 투표를 실시하는 식이다.
2015년부터 아파트 경비원도 최저임금 100%를 적용, 현재보다 약 19% 인상된 임금을 받게 되면서 전국에서 '해고 한파' 위기를 겪는 경비원이 적지 않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경비원 감원'을 놓고 찬반 투표를 실시하는 식이다.유성애

S아파트 경비원은 현재 80여 명으로 지난달 이미 전원 해고예고 통보를 받은 상태다. 보통은 용역업체를 바꿔도 기존 경비원들의 고용은 그대로 승계되지만, 새 관리업체가 경비원들을 그대로 고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K씨는 김아무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3일 기자들에게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에 대해 "결국은 자르겠다는 의미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는 것이 그 사람들 논리"라고 일축했다.

2015년부터 아파트 경비원도 최저임금 100%를 적용, 현재보다 약 19% 인상된 임금을 받게 되면서 전국에서 '해고 한파' 위기를 겪는 경비원이 적지 않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경비원 감원'을 놓고 찬반 투표를 실시하는 식이다. 지난달 말, 경기 고양시 일산의 L아파트에서는 "경비 절감을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며 '경비원 구조 조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제시한 1안(현재인원 유지)과 2안(5명 해고), 3안(8명 해고) 중 입주민들은 결국 1안을 선택했다. 이에 경비원 전원 그대로 고용이 유지됐지만, 모두들 언제 해고될지 몰라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대표회의가 입주민을 상대로 나눠 준 '방안별 비용 및 장단점 분석'에는 현재 인원을 유지하는 1안에 대해 "비용 과다 소요"라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실태조사 결과 "아파트 다수가 계약해지 통보와 사직서 요구... 눈치보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노원노동복지센터에서는 최근 해당 지역 경비원 200여 명(108개 단지)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안성식 센터 사무국장은 "현재 감원(해고)을 결정한 아파트는 아직 소수지만, 감원 준비를 위해서 사직서를 미리 요구하거나 계약해지 통보서를 보낸 곳이 꽤 많다"고 말했다. 4일 이곳을 찾은 경비원 최아무개씨도 11월 말 쫓겨난 사례로, 그는 "제가 해고당할 줄은 몰랐다"며 억울해했다.    

근로기준법상 해고는 30일 전 예고해야하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12월 초인 현재 해고 여부가 이미 결정돼 있어야 한다. 안 국장은 그러나 "대부분의 아파트가 '아직 감원 결정을 안했다'면서 12월 말에 오라고 하더라"며, "잘못될 경우 고용노동부에서 직접 근로감독을 나오고, 그러면 여러 위법 사항들 탓에 골치가 아파지기 때문에 다들 다른 아파트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해결책은 없을까? 경비원 K씨는 '직접고용'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경비원들이 관리업체에 소속되는 간접고용 형태인데, 아파트가 직접고용하면 입주민과 경비원들 간에 서로 책임감과 소속감을 느껴서 더 잘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는 "간접고용은 (사람)부리기만 하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서울 노원구의 노원노동복지센터에서는 최근 해당 지역 경비원 200여명(108개 단지)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4일 이곳을 찾은 경비원들. 이 중 경비원 최아무개씨도 11월 말 아파트에서 쫓겨난 사례로, 그는 "제가 해고당할 줄은 몰랐다"며 억울해했다.
서울 노원구의 노원노동복지센터에서는 최근 해당 지역 경비원 200여명(108개 단지)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4일 이곳을 찾은 경비원들. 이 중 경비원 최아무개씨도 11월 말 아파트에서 쫓겨난 사례로, 그는 "제가 해고당할 줄은 몰랐다"며 억울해했다. 유성애

직접고용 사례 "여기선 10년 근무 일반적...주민과 신뢰관계 덕" 

실제로 계약만료를 앞두고 불안을 느끼는 타 아파트 경비원들과 달리, 6년째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김아무개(63)씨는 해고에 대한 걱정이 없다. 김씨가 근무 중인 노원 하계동의 C아파트는 직접고용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발적으로 나가는 사람은 있어도 해고당하는 건 못 봤다"며 "(경비원들이) 입주민과의 신뢰관계가 좋아서 장기근속자가 많다, 10년 근무가 보통이고 지금 15년째 근무 중인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경비원들과 입주민들이 항상 웃으며 인사하는 건 기본이고,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 존댓말을 쓰며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또 "지난해 한 경비업체에서 이 아파트 동대표 회장들을 상대로 식사를 대접하는 등 로비를 하며 고용형태를 바꾸려했지만 결국 주민투표에서 부결됐다"며 "6년째 일하면서 인권 침해를 받거나 모욕감을 느껴본 적은 없다, 앞으로도 건강이 닿는 한 근무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 아파트의 경비노동자가 입주민의 승차를 도와주고 있다(해당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한 아파트의 경비노동자가 입주민의 승차를 도와주고 있다(해당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유성애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경비원 해고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경우도 있다. 충청남도 아산시는 지난 9월 300인 이상 아파트의 입주자대표들과 관리소장 등 관계자들을 모아 놓고, '아파트 유·무인 경비시스템 효용성 비교분석' 설명회를 열어 경비 고용을 독려했다. 고령자 일자리 창출 같은 사회적 편익 범죄예방효과 등을 따질 때 무인(CCTV)보다는 경비원 고용 시스템이 낫다는 내용이었다.

아산시가 당시 입주자대표(22명)·관리소장(33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경비원 임금이 인상될 경우 54.5%가 현재 정원유지를, 나머지는 감원(16.3%)과 근무시간 축소(25.4%)를 고려중이었다. 한편 '유인경비 아파트에 대한 인센티브 등 지원사업' 계획에 대해 설문자 90% 이상이 찬성함에 따라, 아산시는 현재 무인에서 유인경비로 전환하는 아파트 단지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독려 방안을 마련 중이다.

고용노동부 또한 이와 관련한 대책으로 지난달 말 고령자 채용 사업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내용이 담긴 '경비·시설관리 종사자 근로조건 개선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한 좀 더 치밀한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경비노동자 노동인권 관련 긴급좌담회'에서 "노동부의 제대로 된 근로감독과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국장도 "노동부와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활동하면서, 입주민들에게 직접 경비원의 처우와 근로형태 등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판·검사들 사는 강남 아파트 경비원들 "우리는 원숭이 신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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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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